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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읽기 BOOK] 멋지게 놀아 봐, 문제아를 응원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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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파랑 치타가 달려간다
박선희 지음
비룡소
248쪽, 1만원

두 명의 ‘아웃사이더’를 주인공을 내세운 청소년 소설이다.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와 차가운 새엄마가 싫어 가출한 강호나, 외고의 치열한 경쟁을 감당하지 못하고 일반고로 전학 온 도윤이나 모두 일종의 ‘문제아’다. 그 아이들에게 작가는 “네 삶의 주인은 너야. 멋지게 놀아봐”라며 부추긴다.

또 기성세대에게 ‘불량품’으로 찍힌 아이들 안에서 그들만의 룰과 사랑을 찾아내 칭찬해준다. 그 과정은 퍽 현실적으로 흘러간다. 있을 법한 인물들이 엮어내는 있을 법한 사건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작품은 출판사 비룡소가 제정한 블루픽션상 3회 수상작이다. 심사위원들(김화영·김경연·성석제·하성란)도 “작은 성취에서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갈 미래에 간절함이 있다”고 평했다. ‘작은 성취’로 끝낸 결말. 극적 재미 대신 독자의 공감을 끌어오는 장치였다.

작가는 현재 예고에서 소설 창작을 가르치는 교사다. 교단에 서면서 ‘10대’에 급격히 매료됐다는 그는 “교훈을 전하려고 소설을 쓴 것은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하지만 작품의 교훈은 선명하게 드러난다. 바로 “나쁜 사람은 되지 말아야지”다. 그 교훈을 전하는 주체가 이채로울 뿐이다. 바로 ‘아웃사이더’ 스스로의 입에서 그런 설교가 나온다.

폭주족 집회에 나간 강호. “노 헬멧 정도는 센스”라는 주변의 말에도 “난 내 룰이 있다”며 헬멧을 고집했다.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주유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사는 건우도 남의 물건을 훔치는 유혹 앞에서 “그런 순간 3.5류가 된다”며 경계했다. 그뿐인가. 자퇴를 고민하는 강호에게 “정말 하고 싶은 게 없다면 자퇴 함부로 할 게 아니야”라는 고리타분한 충고까지 한다. 작가는 이렇게 아이들 스스로 원칙을 지킬 수 있게 된 원동력도 파고 들었다. 바로 가족의 믿음과 지지였다. 강호에게는 동생 강이가, 건우에게는 아버지가 그런 존재였다. 아이들을 믿지 못해 어른이 정한 틀 속에 억지로 가두려고만 하는 부모와 교사들에게도 울림이 큰 메시지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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