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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월드컵 키즈들은 ‘공 갖고 노는 법’이 다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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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이 대회에서 8강에 오르기는 1987년 캐나다 대회 이후 22년 만이다. 특히 한국 축구는 홍명보팀이 지난달 이집트에서 열린 FIFA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8강에 오른 데 이어 겹경사를 맞았다. 축구전문가들은 이들의 경기력이 둔탁하고 천편일률적인 예전의 한국 축구를 뛰어넘었다며 남다른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2002한·일월드컵 4강에 환호하며 축구 선수의 꿈을 키워온 ‘2002 월드컵 키즈’들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는 평가다.

후반 추가시간에 김동진(2번)이 동점골을 터뜨린 뒤 한국 선수들이 이광종 감독(오른쪽 둘째)을 껴안으며 기뻐하고 있다. [바우치(나이지리아)=게티 이미지]

◆유전자 다른 ‘2002 월드컵 키즈’ 이날 젊은 태극전사들은 전반 막판 선제골을 내줬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후반 추가 시간에 김동진(안동고)이 윤일록(진주고)의 패스를 왼발로 차 넣어 극적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연장 30분에 이어 한국의 선축으로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한국은 5명의 키커가 주눅들지 않고 모두 성공했다. 1m95㎝ 장신 골키퍼 김진영(이리고)은 멕시코의 첫 번째 키커 캄포스의 슛을 막아내며 승리를 이끌었다. 이들은 지고 있어도 당황하거나 서두르지 않았다. 볼트래핑은 매끄러웠다. 사뿐사뿐 내딛는 드리블은 경쾌하고 동료 발 앞에 전달되는 패스는 정확했다. 박성화 전 올림픽팀 감독은 “조금만 가다듬으면 이청용(볼턴)과 기성용(서울)처럼 부쩍 성장할 재목이 많다”며 “15세 대표팀에도 좋은 선수가 많다고 들었다. 한국 유소년 시스템이 이제야 빛을 발하기 시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유소년시스템으로 기량 쑥쑥 젊은 태극전사들의 잇따른 쾌거는 2002년 대한축구협회가 실시한 연령대별·권역별 상비군 제도가 결실을 보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또 지난해 주말리그제인 고교클럽 챌린지리그 출범 이후 경기운영 능력도 한 단계 올라섰다. 17세팀에는 K-리그 구단들이 운영하는 유스팀 소속 선수가 7명에 이른다. 홍명보 감독이 보여준 ‘존중 리더십’에 이어 이광종 감독의 ‘즐거운 리더십’도 화제를 모았다. 이 감독은 10년째 축구협회 유소년 전임지도자를 맡아 ‘즐거운 축구 전도사’로 불릴 정도로 선수들의 신명을 이끌어 내는 능력을 발휘했다. 17세 청소년팀은 10일 오전 3시 칼라바르에서 홈팀 나이지리아와 4강 진출을 다툰다.

최원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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