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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공원 뺨칠 백화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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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 부천시 중동 LG백화점에서 만화 캐릭터 차림을 한 직원들이 어린이들에게 풍선을 나눠주고 있다.

경기도 부천시 중동 LG백화점이 '즐거운 백화점' 실험에 나섰다. 5일 이 백화점에 들어섰을 때 첫 느낌은 '어리둥절하다'는 것이었다. 풍선쇼를 하는 캐릭터들이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어린이들은 이들에게서 받은 풍선 왕관을 쓰고 함께 사진을 찍었다. 한편에선 퍼레이드가 벌어졌다. 백화점인지 놀이공원인지 헷갈렸다.

백화점의 상품 진열도 이상했다. 판매구역을 나누어 물건을 파는 전형적인 백화점 모습이 아니다. 쇼핑거리처럼 보도블록이 깔린 복도 가운데에는 벤치가 놓였고, 길거리 표지판처럼 안내판이 붙어 있었다. 백화점 복도의 거리도 직선이 아닌 곡선형태고 길 양편에는 로드숍처럼 가게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물건을 사려면 점포마다 문을 열고 들어가야 한다. 10층짜리 큰 빌딩 안에 쇼핑거리가 들어앉은 것 같은 느낌이다.

층별로 진행된 6개월여 간의 리모델링이 끝난 뒤 다시 문을 연 중동 LG백화점은 이렇게 달라진 모습이었다. 백화점이 내건 슬로건도 '가족(Family)'과 '즐거움(Fun)'이다. 단순한 판매시설이 아닌 '놀이공간형 쇼핑몰'을 표방하고 나선 것이다.

퍼레이드나 이벤트 외에도 즐거움을 주기 위해 직원들의 복장부터 달라졌다. 차분함을 벗어던지고 놀이공원 직원처럼 화려한 색깔의 복장이다. 1~7층은 가게식 쇼핑몰이 3분의 2 정도를 차지하고 8~10층은 전부 쇼핑몰이다. 그러나 층마다 파는 물건에 따라 쇼핑거리의 표정은 달랐다. 골프와 아웃도어를 파는 4층은 나무로 만든 자연의 느낌을, 디지털 가전을 파는 7층은 사이버 공간을 연상케 한다.

가족을 위해 10층은 패밀리 파크로 조성했다. 무료 놀이공간, 생일파티를 열 수 있는 '파티룸', 문화센터와 공연시설인 '판타스틱홀' 등이 이곳에 모여 있다. 8~10층 중앙에는 폭포수가 쏟아지고, 유리 천장을 통해 하늘이 보였다.

LG백화점 관계자는 "지난 2년여간 미국의 몰 오브 아메리카.글로브 몰 등을 벤치마킹하는 등 새로운 변신을 준비해왔다"며 "화끈하게 바뀌지 않으면 경쟁에서 버틸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부천=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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