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화해 봄바람 '살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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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새 천년을 평화로 시작하겠다는 각오가 남다르기 때문일까. 중동국가들의 발걸음이 유달리 빨라졌다.

이스라엘과 시리아가 평화회담을 진행 중이며, 이스라엘과 레바논간의 회담도 곧 시작된다.

중동분쟁의 당사국들이 일제히 평화회담에 돌입하자 현지에선 '2000년은 중동평화의 해' 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일고 있다.

이스라엘과 시리아는 지난 3일부터 미국의 중재로 워싱턴 근교에서 평화회담을 재개했다.

양측은 ▶이스라엘의 골란고원 반환▶이스라엘의 안보 보장▶수자원 배분▶경제협력을 포함한 관계정상화 등에 대해 포괄적인 논의를 벌이고 있다.

회담 둘쨋날인 4일 미국을 제외한 당사자간의 직접회담이 결렬되는 등 난항을 겪고 있지만 회담장 주변에선 결과를 낙관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총리가 회담에 적극적이며, 중재를 맡은 미국도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은 워싱턴에서 서북쪽으로 1백5㎞쯤 떨어져 있는 회담장을 헬기를 이용해 수시로 찾을 예정이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은 아예 열흘 정도로 예상되는 회담기간 내내 회담장에 상주하며 양측을 독려한다는 계획이다.

새해 초부터 중동 평화를 위한 분위기가 조성된 것은 바라크 총리의 평화를 위한 노력이 결실을 보는 것으로 풀이된다.

바라크 총리는 그동안 새 천년에는 주변국들과의 분쟁을 종식시키고 안보를 보장받겠다고 다짐해 왔다.

주변국들은 이러한 바라크 총리를 처음엔 의심하는 눈치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신뢰하기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시리아와 레바논 정부는 또 이번 기회를 통해 서방측의 경제제재에서 벗어나 경제발전에 본격 착수하고, 후계문제 등 내부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계산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동평화 급진전에는 클린턴 미 대통령의 노력도 한몫 한다고 할 수 있다.

클린턴 대통령은 자신의 외교적 업적을 만들기 위해 임기 마지막 해인 올해 안에 중동평화의 정착기반을 다지겠다고 벼르고 있다.

오는 20일에는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수반과 바라크 총리를 워싱턴으로 나란히 초청, 팔레스타인 최종지위협상의 기본 골격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도 세워 놓고 있다.

그러나 중동 평화를 낙관하기는 아직 이르다.

우선 아랍과 유대인들의 가슴 깊이 뿌리박힌 원한이 언제 어디서 어떤 사람을 통해 테러라는 형태로 폭발할 것인지 장담할 수 없다.

또 중동평화 정착에 필수적인 자금을 미 의회가 흔쾌히 지원하겠다고 결정할지도 아직은 분명치 않다.

바라크 총리는 당장 3일 골란고원의 주민 이전 비용으로 2백50억달러를 미국에 요구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평화에는 대가가 따른다며 지원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또 이스라엘은 알래스카에 가서나 국가를 세우라고 주장하는 카다피 리비아 대통령과 같은 강경파 아랍국가들도 설득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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