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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분기엔 금융·건설·철강 업종 주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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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눈높이를 낮추고, 시선은 좁혀라. 요즘 증시 전문가들이 가장 많이 하는 조언이다. 돈의 힘이 위세를 부릴 때는 모든 주식이 다 올랐다. 하지만 이제는 각개전투다. 오를 만한 종목을 선정하는 기준은 ‘실적이 좋아지거나 싸거나’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이채원 부사장은 “3분기까지 기업 실적에는 낮은 원화가치에다 경기 부양 효과가 더해졌지만 4분기부터는 그 영향이 사그라지면서 진짜 실적이 나올 것”이라며 “눈높이를 낮추고 보수적으로 종목을 골라야 한다”고 말했다.

◆실적 좋아지거나=3분기 연이은 ‘깜짝 실적’에도 시장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경기 회복세가 정점을 치면서 4분기부터는 실적이 좋아지는 추세가 둔화할 것이란 우려 때문이었다.

4분기에는 실적에 시장이 꽤 반응할 것이란 예상이다. 삼성증권 이남룡 연구원은 “시장의 ‘눈높이’가 낮아져 있는 데다 4분기 실적은 내년 전망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예상보다 좋은 실적이 나오면 적절한 ‘보상’을 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증권은 5일 보고서에서 증권사들의 추정치를 근거로 향후 빠른 실적 개선세가 나타날 대표적 업종으로 보험·은행 등 금융업종을 들었다. 건설과 철강도 업황이 바닥을 치고 올라올 것이란 예상이다. 정보기술(IT)·자동차 등 기존 주도 업종의 전망도 여전히 밝다고 내다봤다. 다만 화학업종은 3분기를 고비로 이익 증가세가 둔화할 조짐이란 분석이다.

다만 증권사들의 전망치도 조금 낮춰 보는 게 안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애널리스트(기업분석가)들의 4분기 실적 전망이 가장 많이 틀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의 경우 금융위기라는 ‘돌발사고’가 있긴 했지만 기업들이 올린 실제 영업이익이 증권사들의 추정치보다 59%나 낮았다.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이 대체로 낙관적인 경향이 있는 데다 연말에는 결산을 앞두고 마케팅 비용을 털거나 성과급·배당을 지급하는 등 다른 변수가 많아지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실적을 볼 때는 순이익보다는 영업이익을 눈여겨봐야 한다.

3분기에는 원화 값 강세에 환차익이 늘거나 계열사의 주가가 오르면서 순이익이 크게 증가한 경우가 많지만 일시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 매출도 꼭 살펴야 한다. 대우증권 조승빈 연구원은 “앞으로는 ‘회복’을 넘어 ‘성장’할 수 있느냐가 주가를 좌우할 것”이라며 “매출이 느는지를 살피면 시장 확대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싸거나=올 들어 주가가 통 못 올랐거나 이번 조정장에 과도하게 떨어진 종목들도 주목할 대상이다. 그간 기업들의 놀라운 이익 회복 속도 때문에 잊혀졌던 주가수익비율(PER) 같은 잣대도 다시 꺼내 주가가 어느 수준인지 따져 볼 때가 됐다는 지적이다.

신영투신운용 허남권 주식운용본부장은 “올 들어 많이 오른 종목이 있는 반면 거의 못 오른 종목도 있어 시장이 이원화된 상황”이라며 “저평가된 내수주 등을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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