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훌 턴 이종왕 검사…노모 설득에도 사의고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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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옷 로비 사건 수사를 지휘했던 이종왕(李鍾旺.51) 대검 수사기획관이 20년 검사 생활을 접었다.

박주선(朴柱宣)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의 사법처리를 놓고 검찰 수뇌부와 이견(異見) 끝에 지난달 16일 사표를 낸 그는 수뇌부의 종용에도 불구하고 출근을 하지 않았다.

그의 사표는 3일 법무부를 거쳐 행정자치부에 전달됐다.

행정 절차상 사표가 수리되기까지 2, 3일이 걸리지만 그는 사실상 공직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날 오전 서울 송파구 방이동의 H빌라 그의 자택에는 인기척이 없었다.

현관 문고리에는 발효유 몇 개가 담긴 배달주머니가 매달려 있었으며, 휴대폰과 자택전화는 발신음만 울렸다.

이웃 주민들은 "새해 들어 그집 사람들을 보지 못했다" 고 말했다.

그의 측근은 "당분간 가족과 함께 지방에 머물며 흐트러진 마음을 정리한 뒤 오는 3월께 변호사로서 제2의 법조인생을 시작할 것" 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지난달 30일 직속상관인 박순용(朴舜用)검찰총장과 신광옥(辛光玉)중수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홀가분한 마음으로 (검찰을) 떠난다" 며 작별인사를 고했다.

그가 사표를 제출한 것은 朴전비서관 처리뿐 아니라 잇따른 대형사건 수사 과정에서 검찰 수뇌부와 의견이 대립하면서 현실의 벽을 절감했기 때문이라는 게 검찰 주변의 중론이다.

지난 연말 경북 경산에 살고 있는 노모(75)가 직접 상경, 설득했으나 아들의 고집을 꺾는 데 실패했다고 한다.

항간에 국회의원 출마설이 나돌기도 했으나 그는 "정치는 성격에 맞지 않는다" 며 부인했다고 주위 사람들이 전했다.

김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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