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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로 맞추자] 21세기 미디어 대격변 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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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52면

21세기의 미디어는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학자들은 21세기에는 20세기의 기본 틀이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패러다임 시프트' 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런 변화의 중심에 미디어가 있으며 그 원동력은 바로 디지털 기술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21세기 미디어는 기술발전에 따라 20세기 미디어의 문제점이나 불편을 하나 둘씩 해결해 나가며 사람들에게 좀더 편리한 방향으로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21세기는 시간.공간.언어를 초월한 개인 중심의 미디어 등장을 예고하고 있다.

먼저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개발 중인 전자종이(e-paper)가 완성되었을 때를 생각해 보면 21세기의 미디어 변화상을 좀더 실감할 수 있다.

지금의 신문과 같이 얇고 가벼워서 들고 다니며 읽을 수 있고 버스 정류장이나 지하철 가판대에서 새로운 기사를 충전받아 볼 수 있는 특수재질의 신문이 등장하게 된다.

작동원리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종이의 표면을 덮고 있는 아주 미세한 캡슐 속에 들어 있는 인쇄소자가 전자장의 강도에 따라 위로 올라가거나 내려가며 글씨나 사진을 표시한다.

이 전자용지가 개발되면 수천년 동안 인류가 사용하던 종이를 대체할 수 있어 산림훼손을 막고 지구 온난화를 방지하는 데도 기여할 것이다. 물론 해외출장지에서도 내가 보던 신문을 쉽게 받아 볼 수 있다.

또 이와는 별도로 일본에서 시험 중인 전자책(e-book)은 기존의 잡지나 소설을 대체할 것이다. 전자책이 완성되면 두께는 3㎝에 불과하지만 컬러 그림도 함께 수록된 수백편의 책을 들고 다니며 버튼을 눌러 선택해 읽을 수 있고 이동 중에도 위성을 통해 새 책을 내려 받을 수 있다.

방송 분야도 변화하기는 마찬가지다. 방송(放送)의 개념이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통신과 방송의 융합 현상이 가속되면서 협송(狹送)과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이 증가할 것이며 미디어의 무국경화가 이루어질 것은 명백하게 예상되는 변화다.

지금같이 '보고 싶은 사람은 알아서 보시오' 식의 일방적 방송에서 벗어나 지금의 케이블TV보다 더욱 세분화된 장르의 프로그램으로 편성된 채널이 등장함으로써 시청자의 채널 선택권이 확대된다.

또 인터넷.화상전화를 이용해 프로그램에 시청자가 직접 참여하는 인터랙티브 방송시대도 열린다.

또 지금의 저속 인터넷망에서는 동영상 방송 프로그램을 시청하기 어렵지만 망이 케이블 모뎀.비대칭디지털가입자선로(ADSL) 등에 의해 고속화되면 어제 저녁에 방송된 프로그램을 보고 싶어 재방송을 기다릴 필요도 없다.

간편하게 자신의 컴퓨터를 통해 해당 프로그램을 선택해 즐길 수 있게 된다.

21세기에는 언어 차이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과학기술청의 기술예측 자료에 따르면 2010년에는 한영.영한 번역은 물론 세계의 주요 언어를 자연스럽게 변환시켜 주는 번역소프트웨어가 일반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일한, 또는 한일 번역기들은 그 뜻을 이해하는 데 지장 없는 정도로 편리한 번역을 해주고 있어 이는 꿈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다. 실제로 곧 이웃나라의 뉴스를 실시간으로 번역되어 들을 수 있는 시간이 가까와 오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좋은 프로그램을 많이 가진 사업자라면 굳이 방송국을 차릴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이용자들이 자신의 인터넷 사이트를 찾아와 프로그램을 다운로드 받아 즐기고 그 댓가를 지불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곧 콘텐츠 생산자와 이용자의 직거래도 가능해 진다는 것이다. 이는 음악 분야에서 이미 그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일부 가수들은 자신의 노래를 CD로 구워 팔기도 하지만 이를 인터넷에 올려 MP3로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이는 음반제작사 및 판매상의 중간 마진을 최소화할 수 있어 좋다.

즉 팬들에게는 싼 가격으로 음악을 즐겨서, 또 가수는 더욱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노래를 들을 수 있어 행복한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신문과 방송도 인터넷을 활용하는 하나의 미디어로 통합된다.

방송 시청 중에 모르는 내용이 나오면 백과사전 사이트를 방문해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고 읽고 있던 기사와 관련한 동영상이 보고 싶으면 클릭만 하면 된다.

하지만 방송 프로그램.백과사전.기사 등 자신이 클릭한 정보 생산자가 지금의 신문사.출판사.방송사와 같은 모습일 수는 없다. 21세기에는 표출형태로 구분되어 있는 지금의 사업 영역이 허물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의 역할은 큰 변화가 없다. 넘치는 정보를 모아 정선하고 독자가 원하는 다양한 형태로 가공해 왜곡 없이 전달하고 바른 방향을 선도하는 것은 20세기 미디어사업자들과 마찬가지로 21세기에도 여전히 요구될 것이기 때문이다.

임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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