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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 Y2K 현장점검·진단] "데이터 백업 서둘러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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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중소기업들은 대부분 전산 담당자를 따로 두지 않는다. 회사 규모가 작다 보니 그럴 여력이 없어서다. 자연 Y2K(컴퓨터 2000년 연도 인식 오류)가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Y2K815 관계자는 "Y2K를 컴퓨터바이러스와 혼동해 1월1일에 컴퓨터를 끄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고 말한다. 중소기업들의 부실한 Y2K 대비 실태와 예상되는 부작용은 무엇인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금이라도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현장 점검을 통해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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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태〓경기도 남양주시의 레미콘업체 S사가 Y2K 해결 작업에 착수한 것은 지난 8월초. 중소기업진흥공단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고 전문용역업체 C사도 소개받았다.

작업완료 목표일은 10월 18일. 그러나 시작부터 일이 꼬였다. S사의 전산 프로그램을 만들어준 업체가 도산해버려 프로그램 내용을 파악할 수가 없었던 것. 다행히 원천프로그램(소스코드)을 구할 수는 있었지만 프로그램의 흐름을 파악하는데 오랜 시간을 허비해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C사가 파견한 인력의 전문성도 떨어졌다. 이 회사의 Y부장은 "파견된 인력이 실업자 구체차원에서 뽑힌 공공근로요원이어서 전산 지식만 있을 뿐 회계.판매에 문외한이었다" 고 말했다.

다급해진 S사의 요청을 받은 중진공은 이달초 용역업체를 바꿨고, S사는 당초 계획보다 두달 이상 늦은 지난 27일에야 어렵사리 Y2K 점검을 마칠 수 있었다.

Y2K전문 소프트웨어업체 컨소시엄인 Y2K815에 점검을 요청했던 무역업체 K사와 T사는 증세가 비교적 가벼워 보정카드 설치 및 각종 프로그램 업그레이드를 통해 문제가 해결됐다.

그러나 식품업체 T사의 경우 그동안 준비작업이 전혀 돼 있지 않아 회사 자료를 모두 백업해 놓고 앞으로 3개월동안 소프트웨어를 모두 바꾸기로 했다.

중소기업들의 부실한 Y2K대처와 관련, 전문가들은 "점검을 마친 곳이 극소수에 그쳐 앞으로 문제가 발생하는 곳이 수두룩할 것" 이라고 입을 모은다.

약국.비디오가게 등 PC 1대만 놓고 영업을 하는 생활 주변 편의시설도 중소기업 못지않게 취약한 것으로 지적된다.

Y2K 해결 프로그램 전문업체인 DSI의 이상헌 사장은 "최근 실태조사 결과 업주들이 Y2K의 심각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 깜짝 놀랐다" 고 말했다.

실제 Y2K815가 한 약국에 깔린 의료보험용 프로그램을 현장실사한 결과 2000년을 1980년으로 오인하는 등 각종 Y2K오류가 나왔다. 60년생은 20세로, 90년생은 아예 마이너스 10세로 잘못 읽은 것.

비디오가게도 마찬가지. 한 가게에 설치된 PC를 점검하니 2000년을 정확히 알지 못해 연체 계산에 문제점이 드러났다. 2000년1월1일로 넘어가는 순간 연말까지 남아있던 연체관련 정보를 모두 지워버린 것이다.

◇ 문제점〓Y2K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하드웨어.소프트웨어.데이터를 모두 점검해 문제점을 해결해야 한다.

먼저 PC(하드웨어)는 시간칩을 네자리 연도를 인식할 수 있도록 수정해야 한다. 이 작업이 완료되면 PC에 깔린 각종 응용 소프트웨어가 네자리 연도 인식에 문제가 없는 신형 제품인지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도 부족하다. 마지막 단계로 각종 자료의 모음집인 데이터베이스(DB)가 네자리 연도를 인식할 수 있도록 구성됐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Y2K 보정프로그램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우선 486급 PC로는 단순히 보정프로그램만 깔았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며, 신형 펜티엄Ⅲ급 PC라도 깔린 프로그램에 문제가 있다면 Y2K문제를 피해 갈 수 없다는 것이다.

세가지 분야를 모두 점검.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술력과 함께 충분한 시간이 주어져야 하지만 지금까지 제대로 마무리한 곳은 손에 꼽을 정도에 불과하다.

관련 전문가들은 "특히 데이터베이스의 경우 프로그램을 분석하는데 보름에서 한달, 이를 다시 짜는 데 몇 개월이 걸린다" 고 말한다. Y2K문제는 크건 작건 1백%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게 현실이라는 지적이다.

◇ 예상되는 부작용〓기업이 Y2K 문제를 해결 못할 경우 당장 2000년 1월 1일부터 정상 영업이 어려워진다. 생산.재고.운송.AS 등의 모든 자료가 PC에 의해 처리되기 때문이다. 급여 지급 및 세금 납부가 제때 안되면 경제적으로도 손해를 보게 된다.

다른 회사와의 거래 내역이 없어지 거나 오류가 발생하면 역시 막대한 손해로 이어질 수 있다. 데이터 양이 많을수록 복구에 걸리는 시간도 길어져 금전적 손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의 경우 Y2K를 해결 못했다는 부정적 이미지까지 겹쳐 회사 생존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S사 Y부장은 "전산시스템이 정지하면 무엇보다도 연말 결산이 불가능해진다" 면서 "이를 해결하는데 한달 이상 걸려 3월의 세무결산 시한을 지킬 수가 없게 된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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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호.이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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