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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플루 ‘병원 내 감염’ 사망 10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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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다른 질병으로 병원에 입원했다 신종 플루에 감염돼 숨지는 사람이 늘고 있다. 지난달 28일 이후 일주일 동안 발생한 신종 플루 사망자 14명 가운데 절반인 7명이 이런 경우였다.

이런 사례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신종 플루 환자가 급증하면서 거점병원마다 의심 증세 환자가 몰리고 격리 병상이 꽉 차고 있어서다. 보건 당국은 뾰족한 대책이 없어 고민하고 있다.

본지가 신종 플루로 숨진 45명을 분석한 결과 당뇨와 만성신부전·관상동맥질환으로 4월부터 입원 중이던 61세 남성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병원 내에서 신종 플루에 감염돼 9월 23일 사망했다.

이후 모두 10명이 입원 중 신종 플루에 감염돼 숨졌다. 사망자 4~5명 중 1명꼴로 입원 중에 신종 플루에 걸린 것이다. 단순 감염자까지 포함하면 입원 중 감염 사례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입원 중 감염→사망’ 사례는 특히 최근 들어 늘어나는 추세다. 보건복지가족부 인플루엔자대책본부가 3, 4일 발표한 사망자 5명 중 4명이 입원 중 감염됐다.

1일 숨진 48세 남성도 9월 20일 신경계통 질환으로 입원해 치료를 받아오다 10월 27일 신종 플루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인플루엔자대책본부 권준욱 과장은 “입원 중 신종 플루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모두 원내 감염으로 볼 수는 없다”며 “하지만 최소 5명은 원내 감염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원내 감염이란 신종 플루에 감염돼 치료를 받던 입원 환자나 외래 환자가 병원 안에서 다른 환자에게 신종 플루를 퍼뜨렸다는 뜻이다. 신종 플루 잠복기 중 입원해 나중에 확진 판정을 받거나 방문객에게서 옮는 것과는 다르다. 그러나 이를 뚜렷하게 구분하기는 어렵다.

고려대 구로병원 김우주(감염내과) 교수는 “신종 플루 환자 치료도 중요하지만 거점병원에 다른 질환으로 입원 중인 환자와 섞이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날이 추워지면 기존 환자와 격리시켜 치료할 목적으로 야외에 마련해 놓은 컨테이너 진료실로는 버티기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인플루엔자대책본부 최희주 부상황실장은 “오늘(4일) 각 시·도 담당 국장에게 상황을 점검해 병원 내 감염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며 “다음 주 초에는 범정부적인 대책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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