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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산지 표시제 덕에 힘 쓰는 한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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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4일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에서 시민들이 ‘건강검진 한우 쇠고기’를 살펴보고 있다. 이 한우는 살아 있을 당시 경상대학교 동물의료센터에서 혈액검사와 간·심장·근육·골격·위장장애·비뇨기장애 등 총11종의 항목에서 건강 판정을 받은 한우다. [부산=연합뉴스]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오면 국내 소 농가는 다 망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할 때, 그리고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협상을 할 때 일부 세력은 이런 주장을 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로 나타났다. 2007년 46.3%였던 국산 쇠고기(한우+고기용 젖소인 육우)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47.6%, 올 1~9월엔 50%로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국산 소 사육 마릿수도 올 9월 말 현재 264만1000마리로 1년 새 약 17만 마리가 늘었다. 600㎏ 한우 암소의 산지 가격도 올 초 460만2000원에서 10월에는 551만원으로 19.7% 올랐다. 예상과 달리 국산 쇠고기가 잘 팔리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광우병 파문으로 생긴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불신이 좀체 사그라지지 않는 점과 원산지 표시 강화 덕에 국산 쇠고기가 선전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미국산 쇠고기는 거의 찬밥 신세다. 올 9월 농촌경제연구원이 소비자 720명에게 한 설문에서도 이런 인식이 나타났다. 연구원은 ‘호주산 등심이 600g에 7000원이라면 한우 1등급 등심과 미국산 쇠고기는 얼마에 사먹을 의향이 있는가’를 물었다. 한우는 2만1900원, 미국산은 5600원이었다. 미국산은 호주산 쇠고기만 못했고 1등급 한우는 미국산의 네 배를 주고라도 사먹겠다는 것이었다.

지난해 7월부터 모든 음식점과 급식소에서 쇠고기의 원산지를 표시하도록 하고 단속을 강화한 것도 국산 쇠고기 소비를 늘렸다. 소비자들이 원산지 표시를 확인하며 국산 쇠고기를 가려 찾았고, 또 수입 쇠고기를 한우·육우로 속여 팔기 어렵게 되면서 자연스레 국산 쇠고기 점유율이 높아졌다. 여기에 환율 효과도 겹쳤다. 금융위기 이후 달러에 대한 원화가치 하락으로 미국산 쇠고기의 가격이 예상보다 싸지 않아 잘 팔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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