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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쿠자를 통해 본 죽음에의 사색-소나티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3면

야쿠자를 지난해 개봉된 일본영화 '하나비' 를 보고 일본영화에 대해, 혹은 기타노 다케시(52) 감독에 대해 적게나마 관심을 갖게 된 관객이라면 내년 1월 8일에 개봉되는 '소나티네' 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기타노 감독 스스로 가장 아끼는 작품으로 꼽는 이 영화는 '죽음' 에 대한 사색과 성찰이라는 제법 무겁고 진지한 주제를 폭력과 유머를 통해 간결하고도 경쾌하게 변주해낸 솜씨가 단연 돋보인다.

개봉작으로는 국내에 처음 선보이는 일본의 야쿠자 이야기'로 폭력을 핑계로 볼거리 비중을 둔 일반 야쿠자 영화들과 거리가 멀다. 야쿠자 집단의 내분으로 오키나와 해변의 집에 머물게된 무라카와(기타노 다케시)와 그의 일당들이 놀이를 즐기며 시간을 죽이는 내용이 전부일 정도다.

사람을 기중기에 매달아 강물에 처넣는 상황에서도 농담을 주고 받을 만큼 잔인한 전문 야쿠자들. 그러나 바닷가에서 인형놀이와 폭죽놀이를 즐기며 킬킬거리는 이들은 순진한 아이들 같다. 여기서 야쿠자는 폭력과 순수, 죽음과 삶의 경계에 아슬아슬하게 존재하는 인간의 상징적 존재에 다름 아니다.지루한 기다림으로 연속된 이들의 휴가는 결국 배신과 음모로 얼룩진 '피의 잔치' 로 마감된다.

부하들을 잃은 무라카와가 야쿠자 보스를 찾아가 무표정하게 총을 난사하고 할복하듯 스스로 총을 쏘아 삶을 마감하는 장면은 "적어도 죽음은 죽음에 대한 공포를 끝내줄테니까" 라는 대사와 더불어 이 영화에서 특히 인상적인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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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표정과 침묵에 천진한 유머를 가미해 오히려 비장감을 높이고 진정한 삶의 안식은 죽음' 이라는 아이로니컬한 주제의식을 드러낸 기타노의 역량이 만만치 않다. 배우이자 감독인 기타노의 독특한 매력과 에너지를 만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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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기자 죽음에의 사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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