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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CEO] 보다폰사 겐트회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미스터 윈-윈'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올해의 경영인' 으로 뽑은 영국 최대 무선통신업체인 영국의 보다폰 에어터치의 크리스 겐트(52.사진)회장을 두고 한 말이다.

그가 세계 정보통신업계를 리드하면서 상생(相生)의 인수.합병(M&A)을 주도하고 있다 해서 붙은 별명이다.

올해 그가 성공시킨 굵직한 M&A를 들여다 보면 이 말이 이해가 간다.

지난 97년 최고경영자(CEO)가 된 후 겐트 회장이 일궈낸 성과는 눈부시다. 취임 당시 1백30억달러였던 보다폰의 주식 시가총액은 현재 1천4백90억달러로 영국 3위다.

그는 지난 1월 미국 이동통신 업체 에어터치를 벨 애틀랜틱.MCI월드컴을 제치고 6백억달러에 인수했는데 이를 두고 세계 정보통신업계는 '무서운 반란' 이라고 평했다. 지난 9월엔 벨 애틀랜틱과 무선통신 사업을 제휴, 미국내 최대인 2천만명의 이동전화 가입자를 확보했다.

벨 애틀랜틱 입장에서는 든든한 후원자를 만난 셈이고 보다폰은 세계 통신업계를 주무르고 있는 미국시장 진출이라는 득을 얻은 것. '그의 승부사적 기질은 M&A 사상 세계최대인 독일 최대 통신업체 만네스만의 인수에서 다시 한번 발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3일 만네스만측에 1천3백40억달러를 제시하면서 인수를 제의했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적대적 M&A를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겐트회장이 이처럼 만네스만 인수에 집착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만네스만 인수는 곧바로 유럽연합(EU)내 최대 시장이면서도 외국업체 진출을 막고 있는 독일시장 석권을 의미한다. 즉 유럽시장을 손아귀에 넣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여기에다 아시아시장 진출도 자연스레 시작된다는 이점이 있다. 현재 홍콩 최고갑부 리카싱이 소유하고 있는 허치슨 왐포아 그룹이 만네스만의 지분 가운데 10%를 갖고 있어 곧바로 양사의 협력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포브스는 "보다폰-만네스만 인수전에 지금 내기를 한다면 '명석한 협상가' 인 겐트에게 '모든 것을 '걸겠다" '며 "세계 통신시장의 향후 구도는 그에게 달렸다" '고 평가했다.

벨 애틀랜틱의 이반 자이덴베르크 회장도 "'겐트는 인수협상에서 서두르지 않으면서도 단호하다" 며 "'그는 연구→전진→후퇴→급습의 방식으로 상대방의 허를 찌른다" 고 평했다.

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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