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감봉도 좋다, 정년까지 뛰고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우리나라 대기업 부장들은 정년만 보장되면 임금이 깎이는 것을 감수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부장들은 과거 어느 때보다 열심히 일하고 있으며 인사와 임금에 대해 다소 불만이 있지만 회사가 요구하는 대로 변화에 순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일보가 발행하는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중앙일보 여론조사팀과 공동으로 최근 98개 대기업의 부장 24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10명 중 7명이 "정년까지 일할 수 있다면 임금이 다소 깎이더라도 이를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고 응답했고, 응답자의 39.9%가 "임금 피크제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부장들이 말한 희망퇴직 평균 연령은 기업들이 일반적으로 정한 정년을 약간 넘긴 56.0세였고 '실제 회사를 다닐 수 있는 평균 나이는 52.3세로 내다봐 희망퇴직 연령과 실제 근무 연령과는 3.7년의 차이를 보였다.

오래 일하고 싶은 만큼 부장들의 회사에 대한 충성도는 절대적이다. 84.1%가 "회사에서 요구하는 대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했으며 "회사에 대한 충성도가 높다"(79.4%)고 자신을 평가했다. 또 이들 대부분(73.1%)이 "회사의 성장이 나의 성장"이라고 여기고 "이 회사의 직원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다"(68.9%)고 응답했다.

업무에 대한 성실도도 높아 70.3%의 대기업 부장들이 "과거 어느 때보다 열심히 일한다"고 답했으며 "퇴근시간 이후 일해도 큰 불만이 없다"는 비율도 77.8%에 이르렀다. 회사를 "옮기고 싶다"(8.0%)거나 "그만두고 싶다"(7.6%)는 부장들은 미미했다. 이에 따라 향후 승진에 대한 열망이 높아 부장 중 68.7%는 이사나 상무.전무 등 임원으로 승진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으며, 8.7%는 부사장이나 최고경영자(CEO)까지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부장들의 평균 하루 근무 시간은 11시간30분이다. 이들은 평균 오전 7시54분에 출근해 오후 7시24분에 퇴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신의 직무에 대해서도 비교적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사.동료.부하직원과의 관계'나 '업무'에 만족한다는 비율이 각각 65.0%, 63.3%에 달했다. 반면 인사(30.0%)와 임금(31.5%)에 대한 만족도는 상대적으로 다소 떨어졌다.

부장들은 대부분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비판적이고 우리나라 경제에 대해서도 비관적인 견해를 갖고 있었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 운용에 대해 "매우 잘하고 있다"고 보는 부장은 한 명도 없었다. "잘하고 있는 편"이라는 응답 비율도 6.0%에 불과했다. 10명 중 7명(68.5%)은 "잘 못하고 있는 편"(44.7%)이거나 "아주 못한다"(23.8%)고 평가했다.

또 10명 중 9명이 현재 우리 경제를 '위기'라고 보고(56.4%) 있거나 '조만간 위기가 올 것'(29.2%)으로 내다봤다. 내년도 경제 역시 부정적인 전망이 많아 45.1%가 "지금보다 경제가 더 나빠질 것"으로 봤다. "올해보다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은 17.3%에 그쳤다.

대기업 부장들의 평균 총자산은 4억5700만원이며 부채는 8100만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평균 근무연수는 18.5년이었으며 연봉은 6830만원이었다. 한 달 용돈으론 58만2000원을 썼다.

이재광 이코노미스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