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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광기의 20세기를 마감하며-KBS'일요스페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새 천년에 대한 장밋빛 예측으로 자칫 들뜨기 쉬운 요즘이다. 그러나 주변을 돌아보면 앞으로 풀어가야 할 문제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KBS '일요스페셜' 이 25, 26일 이틀 동안 20세기를 성찰하는 시간을 마련한다.'토요일에 방영됐던 '역사스페셜' 을 한 주 쉬고 대신 '일요스페셜' 을 2부작으로 확대 편성했다.

프로그램의 부제는 '신영복 교수의 20세기 지구 마지막 기행' (밤8시). 학자적 엄밀성을 유지하면서 시대의 상처를 따뜻하게 보듬어온 신영복 성공회대교수가 다시 세계로 발길을 돌렸다.

97년 중앙일보에 연재돼 화제를 모았던 '새로운 세기를 찾아서' (98년 단행본 '더불어 숲' 으로 출간)에서 찾았던 지역을 다시 방문하고, 쿠바.케냐 난민촌 등 그 당시 빠뜨렸던 지역도 몇 곳 추가했다.

지난 10월말부터 35일 동안 10개국 30여 곳을 순례하며 20세기 인류가 남긴 역사의 아픔을 감싸안고, 21세기를 열어가는 희망을 탐색해본다.

신교수는 20세기를 인간 이성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오만과 광기의 시대로 이해한다. 엄청난 경제발전과 과학기술의 약진에도 불구하고 지구촌은 제국주의.식민주의.민족분쟁.전쟁 등으로 얼룩졌기 때문이다.

25일 1부에선 82회 볼셰비키 혁명기념일에 맞추어 러시아의 상트 페테르부르크와 모스크바를 먼저 찾는다. 사회주의는 몰락했지만 더 나은 사회를 희구하는 민중의 저력을 생각한다.

아우슈비츠 유대인 수용소에서 약자에 대한 강자의 일방적 횡포를, 케냐의 카쿠마 유엔기지에선 아직도 청산되지 않은 식민주의의 그늘을 반성한다. 그리고 인도의 갠지스강에선 가난을 인내하며 삶을 겸손하게 수용하는 인도인의 지혜를 배운다.

26일 2부는 멕시코에서 출발한다. IMF 때문에 광대로 전락한 전 다이너스카드 직원에게서 제3세계의 실상을 확인하고 쿠바.중국에선 사회주의의 새로운 변신 노력을 포착한다.

그리고 여행의 끝은 우리의 현실. 이데올로기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에서 우리의 통일은 물론 지구촌 전체의 화합과 연대를 소망한다.

"과거로 떠나지만 과거를 향해 떠나는 것은 아니다. 과거이자 미래를 향해 떠나는 여행이다" 라는 신교수와 동행하는 통찰과 사색의 여행은 새 천년을 앞둔 마지막 주말을 정리하는 뜻깊은 자리가 될 것이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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