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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용은 벙커샷, 일본 눌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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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 한국 선수들이 첫 한.일 골프대항전 승리의 주역인 양용은(오른쪽 두번째)을 둘러싸고 환호하고 있다.[연합]

검은색 상의를 입은 한국 프로골퍼들은 일제히 그린 위로 달려나와 양용은(32.카스코)의 등을 두드렸다. 전통 깊은 라이더컵(미국-유럽 골프대항전)의 한 장면을 보는 듯했다.

한국이 5일 강원도 용평 버치힐 골프장에서 끝난 '2004 용평 버치힐컵 한.일 남자프로골프 국가대항전' 최종일 경기에서 연장 접전 끝에 승리했다. 한국 남자프로골프가 일본과 국가 대항전을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 한국은 우승상금 30만달러를, 일본은 10만달러를 받았다.

양국 선수 10명씩이 출전한 첫날(4일) 홀 매치플레이에서 5승5패로 비겼던 한국은 이날 스트로크 매치플레이에서도 4승2무4패를 기록(승점 20점)해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장익제(31.하이트)와 위창수(32)가 2승을 거뒀고, 강욱순(38.삼성전자).박노석(37)은 둘째날 일본선수를 물리쳤지만 믿었던 허석호(31.이동수골프)와 김종덕(43) 등이 뜻밖에 발목을 잡혔다.

한국팀 최윤수 단장은 양국의 대표선수가 18번홀(파5.496m)에서 서든데스(결판이 날 때까지 겨룸)방식으로 승부를 가리는 플레이오프에 장타자인 양용은을 내보냈다. 일본에선 24세의 다니하라 히데토가 나섰다.

양용은은 두번째 샷에 온그린을 노리다 공을 그린 왼쪽 벙커에 빠뜨리는 바람에 위기를 맞았다. 다니하라의 두번째 샷은 그린 가까이에 떨어져 일본의 승리가 유력해 보였다. 그러나 양용은은 멋진 벙커샷으로 컵 2.2m 거리에 공을 붙였다. 다니하라의 어프로치는 2.4m거리에 멈춰섰다.

승부는 이제 두 선수의 마지막 퍼트 하나에 달려 있었다. 다니하라의 퍼트가 컵을 타고 흐르는 것을 확인한 양용은은 내리막 라이에서 침착하게 버디를 잡아내 우승의 주역이 됐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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