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농구단 입국 표정] "이명훈 과연 전봇대" 탄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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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반갑습네다."

쌀쌀한 날씨를 뚫고 북녘에서 귀한 손님이 도착했다.

22일 오후 3시15분 중국민항(CA131)전세기로 김포공항에 입국한 북한 농구선수단 일행은 출발당시 북의 날씨가 매우 추웠던 듯 모두 귀를 덮을 만큼 큰 밍크털 모자를 뒤집어쓴 채 시민들의 열렬한 환영속에 다소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북측 송호경 단장은 도착성명에서 "새천년을 앞두고 남북이 만났으니 통일의 길을 함께 걸어나가자" 며 "승패보다는 민족의 단결이 더욱 중요하다" 고 강조했다.

북한선수단을 초청한 정몽헌(鄭夢憲)현대전자 회장이 "민족의 화해와 협력을 위한 통일농구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오신 대표단 여러분을 환영한다" 고 말하자 북한측 대표인 송호경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9월 평양경기에 이어 남북통일농구경기대회가 서울에서 열리게 됨으로써 남북 신뢰회복의 중요한 계기가 될 것" 이라고 화답했다.

이들은 현대측이 마련한 간단한 환영행사에 참석한 뒤 전세버스에 나눠 타고 숙소인 워커힐 호텔로 향했다.

○…이날 1층 공항귀빈실에서 마련된 북한 통일농구단과의 기자회견에서 현대전자 鄭회장은 "내일 농구경기에서 북측이 이기면 기대해도 좋을만한 큰 선물을 하겠다" 고 북측 송호경 단장에게 제의.

이에 대해 송단장은 "경기야 해보면 알겠지요" 라며 말을 돌린 뒤 "우리 선수들의 실력이 만만치 않다" 며 은근히 자신감을 표명.

○…이날 시선을 끈 이명훈 선수는 2m35㎝의 큰 키를 자랑(□)이라도 하듯 높이가 2m10㎝인 항공기 브리지에서부터 허리를 숙인채 걸어나와 공항관계자 및 취재진들로부터 "과연 걸어다니는 전봇대" 란 탄성을 받았다.

서울 방문소감을 묻는 질문에 이명훈 선수는 "이제 막 내렸는데 뭘 알겠어요. 며칠 지나봐야 알지" 라며 굵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명훈 선수의 미국 프로농구(NBA)진출 등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지자 북측 대표단 관계자는 "한국기자들은 궁금한 게 많구만요. 북의 자랑인 선수를 왜 내보내냐" 며 자세한 내용은 차후 기자회견을 갖겠다고 대답을 회피.

이에 옆에 있던 정몽헌 회장이 "한국 기자들은 북과 달라 급한데다 궁금한 게 많다" 고 조크.

○…북한 선수단 일행은 이날 남자팀은 검은 털모자에 회색상의를, 여자팀은 밤색모자에 감색상의를 입고 환영식에 참가했다.

이들은 환영식 내내 다소 굳은 표정으로 가볍게 손을 흔들며 보도진의 질문에 굳게 입을 닫았다.

○…이날 김포공항에는 경찰의 삼엄한 경비속에 수백여명의 보도진들과 시민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북한선수단을 맞는 뜨거운 열기를 실감케 하기도. 오후 3시40분쯤 선수단 일행 62명이 김포공항에 모습을 나타내자 기다리고 있던 시민들은 뜨거운 박수로 이들을 환영했다.

○…이날 김포공항 입국장에서 북한 대표단을 기다리던 현대그룹 소속 환영인파 중에 70대 노부부가 있어 눈길.

실향민이라는 이들 부부는 창문을 통해 연신 이들을 바라보다 북측 선수들이 입국장을 걸어나오자 "아이구 우리 동포 얼굴이나 가까이 보자" 며 눈물을 글썽인 채 다가와 한때 환영장을 숙연케하기도.

○…이번 남북한 농구 경기에서 연세대와 고려대 응원단 학생들이 응원 자원봉사를 펼칠 예정. 각각 40여명으로 구성된 연세대와 고려대 응원단은 남북한 팀이 나뉘어 경기를 펼치는 24일에는 고려대가 북한팀을, 연세대가 현대팀을 각각 응원하기로 결정.

남북한 혼합팀이 경기를 펼치는 23일에는 고려대가 '단결팀' , 연세대가 '단합팀' 을 응원한다.

김태진.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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