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교부 "차 급발진 운전미숙 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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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건설교통부가 자동차 급발진 추정 사고에 대한 원인조사에 나선 지 10개월 만에 기계적 결함은 전혀 찾아내지 못한 채 운전자의 운전미숙을 가장 큰 원인으로 결론 내려 자동차 3사의 눈치를 본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건설교통부는 17일 자동차성능시험연구소 주관으로 지난 2월부터 사고원인을 조사한 결과 '기계적 결함은 없었다' 고 발표했다.

건교부는 그동안 ▶자동차 3사의 차종 3대 및 엔진 6기와 급발진 사고가 났던 차량 9대에 대한 시험▶92건의 사고현장 조사를 병행실시했다.

건교부는 그러나 이미 두달 전 조사를 끝내고도 뒤늦게 아무런 기계적 결함이 없는 것으로 발표, '자동차 3사들의' 로비가 있지 않았나 하는 의혹이 일고 있다.

건교부는 조사 결과 발표를 하면서 미국.일본에서도 기계적 원인은 찾지 못했고 운전자의 운전 미숙이 가장 큰 원인으로 추정됐다는 점만 애써 강조했다.

건교부는 운전자의 운전미숙 등 인적 요인 규명을 위해 한양대 인체공학연구소에 의뢰, 내년 9월 결과가 나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소비자보호원에 신고된 '급발진' 사고는 무려 8백여건에 달한다.

소비자의 의문이 가장 컸던 전자파 영향 조사는 차량운행 중 받을 수 있는 전자파보다 훨씬 강한 전자파를 발사한 결과, 3백rpm 정도의 상승이 일부 있었지만 급격한 엔진회전수 상승은 없었던 것으로 발표됐다.

또 '기어 위치를 변환시키는 선택레버를 작동하지 않았음에도 급발진했다' 는 피해자들의 주장을 검증한 결과 주차위치(P)에서 어떠한 경우에도 전.후진 구동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건교부는 브레이크를 밟아야만 기어변속장치가 움직이는 선택레버잠금장치를 신규 출고되는 모든 자동변속기 차에 장착하는 방안을 자동차 3사와 협의키로 했다.

또 경찰청과 협의해 운전면허 시험 때 급발진사고 예방조치 준수 여부를 판정에 반영하고 운전석 바닥매트가 페달 쪽으로 밀리지 않도록 매트고정장치를 부착하는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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