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히드 대통령 취임 두달째 맞아…인도네시아 정국 순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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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압두라만 와히드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20일로 취임 두달을 맞는다.

그동안 와히드 대통령은 난마처럼 얽혔던 정국을 하나씩 풀어냈다.

그의 대통령 당선을 못마땅하게 생각했던 국민들도 차츰 와히드 쪽으로 돌아서고 있다.

대선 당시 대중적 인기를 모았던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부통령보다 오히려 낫다는 평가다.

당선 자체가 정치세력간 타협의 산물인 탓에 허수아비 대통령에 그칠 것으로 평가했던 국제사회도 와히드 정부에 신뢰를 보내고 있다.

◇ 과거청산〓와히드는 취임 직후 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부정축재 의혹에 대한 수사를 재개했다.

하비비 전 대통령이 관련된 발리은행 부정대출 사건도 재조사했다.

하비비와 구집권당인 골카르당이 발리은행에 압력을 가해 약 8백만달러의 대출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또 자신의 측근은 물론 군부와 주지사 및 경찰 고위간부 등 3만5천여명에 이르는 고위공직자의 재산상태도 조사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고질병인 관료사회의 부패와 전쟁을 벌이는 셈이다.

그러나 국민들에게 사죄하고 용서를 비는 사람들에 대해선 감형해주거나 죄값을 묻지 않고 있다.

◇ 군부 견제〓군부는 40여년간 인도네시아 최대 권력집단으로 군림해 왔다.

이 때문에 와히드 정권의 존립을 위협할 집단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와히드가 군부와 민주화세력 사이에서 줄타기를 할 것이란 예상도 있었다.

그러나 와히드는 정공법으로 군부를 장악했다.

아체주 분리독립 문제와 관련해 군부는 계엄령을 선포하라고 와히드를 압박했다.

그는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그래도 군부의 반발이 수그러들지 않자 군부의 인권유린 가담 사건을 조사해 군 간부를 검찰로 소환했다.

특히 군부의 반발에 즉각 대응하지 않고 군부에 대한 의회와 국민의 반감이 고조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조사결과를 발표하는 노련미를 보였다.

◇ 국외관계 개선〓와히드는 취임 직후 차례로 주변국을 방문했다.

태국과 필리핀.싱가포르 등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국가들을 방문해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호주를 방문해 동티모르 사태로 껄끄러웠던 관계도 개선했다.

한.중.일 최고 지도자들을 만나 경제지원 약속을 받아내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은 물론 아시아개발은행(ADB)등으로부터도 자금지원을 받게 됐다.

◇ 분리독립운동 대응〓와히드가 가장 힘들어 하는 부분이다.

와히드 취임 이후에도 아체.말루쿠.동칼리만탄.술라웨시.이리안자야 등에서 일고 있는 분리독립 움직임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러한 지역의 분리를 허용할 경우 서로 다른 종족과 문화를 가진 수천개의 섬으로 이뤄진 인도네시아는 국가가 해체되는 상황으로까지 치달을 가능성이 있다.

와히드는 취임 초기 연방제 도입 의사를 강하게 내비쳤지만 군부와 의회의 강한 반발에 부닥쳐 뚜렷한 해결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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