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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태씨 고문사건' 검찰-관계자들 주장 엇갈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김근태씨 고문 사건과 관련된 검찰 수사결과와 관계자들의 주장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검찰 발표 내용과 반대 주장이 기초적인 '사실관계' 에서부터 대립하고 있다.

자칫하면 검찰이 박처원(朴處源)씨의 입에만 의존하다 사실을 잘못 파악했다고 몰릴 수도 있는 대목이다.

16일 서울지검이 밝힌 내용은 크게 두가지. 당시 검찰 수사팀이 김근태씨 고문 사실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으며 심지어 관련 증거를 확보할 수 있었는데도 이를 묵살했다는 것.

다음으로 고문 사건에 당시 안기부 대공수사단장이던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이 개입됐다는 게 두번째 내용이다.

수사 은폐 대목은 상처 딱지 폐기와 공안합동회의 개최 논란으로 다시 나뉜다.

딱지 폐기 논란은 85년 당시 서울지검 공안1부장이던 최환(崔桓)변호사가 고문의 결정적 증거인 金씨의 딱지를 없애도록 사실상 사주했다는 게 골자다.

金씨가 이돈명(李敦明)변호사와 접견할 때 고문 사실을 폭로하자 李변호사가 "정식 절차를 밟아 상처 딱지 등을 증거로 제출하라" 고 권유했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안 구치소측은 즉각 상처 딱지를 빼앗은 뒤 崔변호사에게 지휘를 요청했으며, 이에 대해 崔변호사는 "알아서 처리하라" 고 지시, 폐기토록 했다는 게 검찰측 주장이다.

반면 崔변호사는 " '잘 보관해 검사실에 제출하라' 고 말해 나중에 증거물로 제출됐다" 며 반박하고 있다.

심지어 그는 "박종철군 물고문 사건과 관련, 朴군의 시체를 화장하도록 해달라는 경찰의 요청을 거부하고 부검토록 지휘한 데 대해 박처원씨 등 경찰 간부의 불만이 컸었다" 고 음모론까지 제기했다.

鄭의원측에선 "검찰이 노환으로 분별력을 잃은 朴씨를 유도신문, 입맛에 맞는 진술을 얻어내고 있다" 고 반발하고 있어 자칫 '짜맞추기 수사' 시비가 재연될 조짐마저 없지 않다.

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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