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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빙화·상고대 겨울유혹-한라산·지리산·설악산·태백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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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적막한 겨울산에 설화(雪花)가 만발했다. 찬바람이 지나간 자리에 핀 빙화(氷花.쌓였던 눈이 얼면서 얼음 알갱이가 가지에 매달린 것)와 상고대(밤새 기온이 급강하해 공기중의 수분이 나무에 달라붙은 현상)에 반사된 햇빛이 눈을 찌른다.

겨울산의 매력은 신(神)이 천상(天上)에 빚어놓은 조각품같은 설화에서 찾을 수 있다. 겨울산행은 길이 끝나는 곳에서 시작된다.

차가운 겨울하늘 속으로 두둥실 아침해가 떠오르면 백설(白雪)로 덮인 산마루는 오색영롱한 보석인양 반짝이며 나그네를 유혹한다.

오늘도 사람들은 산을 오른다. 그리고 산정에서 새아침을 맞으며 인생과 자연을 배운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을 지낸다는 태백산 주목. 원추형의 구상나무가 군락을 이룬 한라산. 고사목으로 뒤덮힌 지리산 제석봉. 눈꽃이 필때면 사람들은 겨울을 만나려고 산을 오른다.

*** 한라산

흰눈 내린 한라산은 동화의 나라. 나무들은 가지를 축 늘어뜨리고, 진달래대피소에서 백록담으로 오르는 등산로에 구상나무 군락이 눈꽃을 피워놓고 하얗게 반긴다.

성판악휴게소에서 오르는 등산로가 가장 인기있는 코스. 나뭇가지마다 설화가 만발한 길을 따라 걸으면 사라악대피소(1천2백m)-진달래대피소-백록담까지 6시간 정도 소요된다.

백록담을 왼쪽으로 끼고 도는 관음사코스로 하산하면 겨울 한라산의 백미인 서북벽의 설경을 만끽할 수 있다.

그러나 관음사입구까지 9시간이 소요될 정도로 멀기 때문에 초보자들은 성판악으로 하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라산등반은 왕복 10시간 이상 걸린다. 국립공원 관리사무소(064-742-3084)는 시간에 따라 등산로 입구와 대피소에서 입산을 통제한다. 성판악휴게소나 관음사는 오전 9시이후, 진달래대피소와 용진각은 오후 12시이후엔 출입이 불가능하다.

대장정여행사(064-799-7515)는 한라산 겨울산행 패키지상품을 판매한다. 공항~숙소~성판악 왕복교통료와 1박(4인 기준)3식을 포함한 상품요금이 3만5천원. 왕복항공요금(14만4천원)은 따로 받는다.

*** 지리산

20여개의 1천m급 봉우리와 뱀사골.피아골.칠선골 등 숱한 계곡이 부챗살처럼 뻗어있는 지리산은 넓은 만큼 눈경치도 제각각이며 어느 산에 뒤지지 않을 만큼 아름답고 현란하다.

지리산 제1봉인 천왕봉을 오르는 코스는 6개가 있다. 노고단에서 시작하는 종주코스를 비롯, 백무동.칠선.대원사.중산리.법천계곡 코스등이 있다.

종주코스에서는 1천m가 넘는 봉우리마다 막힘없이 지리산의 풍광을 조망할 수 있다. 능선상에는 노고단.뱀사골.연하천.세석.장터목.치밭목등 6개의 산장과 곳곳에 샘이 있어 산행하기에 어려움은 없지만 눈보라와 바람이 심하고 적설량이 많으므로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중산리계곡은 천왕봉을 오르는 가장 짧은 코스. 당일 또는 1박2일 산행기점으로 가장 널리 이용된다. 천왕봉은 매년 새해 일출을 보기위한 산악인들로 붐빈다. 장터목이나 로터리산장에서 잠자리를 구하기 쉽지 않으므로 만반의 준비를 해야 낭패를 면할 수 있다. 지리산국립공원〓0596-972-7771.

*** 설악산

밤을 새워 설악산을 오르는 대부분의 등산객들은 대청봉에서 일출을 맞기 위해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특히 대청봉에서 바라보는 일출은 붉은 불기둥이 바다에 드리워지는 모습이 장관이어서 사진작가들이 몰리는 곳이기도 하다.

조선시대 정조때 성해응(1760~1839)은 '멀리서 보면 청색으로 보였기 때문에 청봉으로 불렀다' 고 대청봉의 유래를 설명했다. 이렇듯 설악의 아름다움은 암릉미에 있다.

흰바위에 걸터앉은 소나무 위로 눈가루가 뿌려지면 한폭의 수묵화가 따로없다. 대청봉 등산로는 크게 오색.천불동.수렴동.서북능선으로 나뉜다. 그중 오색.천불동코스가 가장 많이 이용된다.

오색~대청봉은 4~5시간이 걸린다. 눈이 덮이면 소청봉~희운각 구간이 가장 험하며 양폭산장~귀면암구간과 권금성은 설악산의 설경을 감상하기 좋은 곳이다. 설악산도 여느 산과 마찬가지로 기후변화가 심하기 때문에 초보자들은 천불동계곡을 이용해 대청봉을 오르내리는 것이 편하다. 설악산국립공원〓0392-636-7700.

*** 태백산

동해로 뜨는 해와 달의 정기를 모아 천년의 그리움을 잉태한다는 태백의 주목(朱木). 백두대간을 따라 불어온 매서운 북서풍이 한바탕 휘몰아친 자리에는 하얀 상고대가 반긴다.

'산의 나라' 태백에 오르면 봉우리들이 구름처럼 모여 있다. 백두에서 시작한 백두대간이 금강.설악.두타.청옥산을 지나 이곳에서 '민족의 영산' 태백을 세운다.

태백산의 등산로중 등산객들은 당골.백단사.유일사코스를 즐겨 찾는다. 유일사 코스는 사찰까지 산판도로가 뚫려 정상에 오르는 최단 등산로다.

화방재 아래 유일사매표소가 산행 들머리. 매표소에서 장군봉까지는 2시간의 발품을 팔면 족히 오를 수 있다. 매표소에서 당집을 지나 30분정도 오르면 갈림길 표지판이 있다.

오른편 길은 백두대간으로 올라서는 유일사 옛길. 요즘은 이용하는 사람이 적어 호젓하게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장군봉을 거쳐 천제단에 이르면 하산길이 망경대~반재를 지나 당골로 이어진다.

단종각~망경대구간과 반재 바로 아래는 급경사 구간이다. 산행은 4시간정도 소요된다. 태백산도립공원〓0395-553-5647.

김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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