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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 타고 강의 듣는 아기곰 3형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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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아기곰이 재롱을 부리고 있다. 왼쪽부터 최명수·김설화·박병규씨. [대경대 제공]

아기곰 세 마리가 대학 캠퍼스에 등장했다. 주인공은 ‘대경이’(수컷 8개월)와 ‘배아제’(수컷 9개월) ‘대학이’(암컷 9개월)로 이름 붙여진 반달가슴 아기곰.

이들은 등교 시간이면 어김없이 대경대학 캠퍼스에 나타난다. 그때부터 그동안 익힌 재롱을 뽐낸다. ‘대학이’가 먼저 미니 킥보드에 한쪽 발을 올리고 땅을 힘차게 밀면서 앞으로 타고 달리면 ‘배아제’가 뒤 이어 100m 거리를 돈다.

캠퍼스를 한 바퀴 돌면 간식이 주어진다. 좋아하는 간식은 사과와 건빵·오이. 아기곰은 간식을 입 안에 넣고 오물거리며 다시 번갈아 보드를 탄다. 잘했다고 칭찬하면 이번엔 두 손을 들고 두 발로 척척 걷는다. 또 제자리에서 춤 추듯 뱅그르르 두 바퀴를 도는 고난도 재주까지 선보인다. 지나가던 학생들이 탄성을 자아낸다. 강의도 듣는다. 아기곰은 동물조련이벤트과 학생들과 한데 섞여 수업에 참석한다.

대경대학 김건표 홍보실장은 “동물조련이벤트과 학생들이 캠퍼스에서 동물 훈련을 시키면서 다른 대학에서는 볼 수 없는 진기한 광경이 연출된다”고 말했다.

아기곰은 용인 곰테마파크에서 생후 2개월 때 이 대학으로 옮겨 학생 3명으로부터 각각 조련을 받고 있다. 어릴 적부터 곰을 좋아했다는 동물조련이벤트과 1학년박병규(20·‘대학이’ 담당)씨는 “곰이 키우는 사람을 알아 본다”며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9시까지 곰과 함께 지낸다”고 말했다.

그는 곰 조련사가 꿈이다. 아기곰은 이달 중 고향 용인으로 돌아간다. 훈련을 마친 데다 크게 자란 때문이다. 다시 생후 2개월짜리를 데려온다.

동물조련이벤트과는 아기곰이 인기를 얻자 원숭이·앵무새·거북이 등 동물 20여 종으로 동물공연 프로그램을 자체 개발했다. 학생들은 노인과 지체장애인을 위한 동물공연 봉사를 하고 있다. 또 캠퍼스에 미니동물원도 만들어 볼거리를 마련했다.

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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