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입바른 사람, 입빠른 사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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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면

“그는 어떤 팀장이야?” “상사에게도 곧은 말을 기탄없이 하는 편이어서 팀원의 지지를 받고 있어!” 회사 동료끼리 주고받은 대화에 나오는 그는 입바른 사람일까, 입빠른 사람일까?

간혹 바른말을 하는 데 거침이 없는 사람을 두고 ‘입빠르다’라고 하는 이가 있지만 ‘입바르다’라고 답해야 맞다.

‘입바르다’가 [입빠르다]로 소리 나다 보니 ‘입빠르다’로 잘못 표기하는 일이 종종 있다. 또 ‘재바르다’가 동작 등이 재고 빠름을 나타내는 ‘재빠르다’보다 여린 느낌을 주는 말로 쓰이다 보니 ‘입바르다’와 ‘입빠르다’ 역시 여린말과 거센말의 관계로 추정하기도 하지만 두 단어는 의미가 다르다.

‘입빠르다’는 남에게서 들은 말이나 자신의 생각을 참을성 없이 지껄이는 버릇이 있다는 뜻이다. “대쪽 같다는 건 알지만 입바른 소리만 하다가 찍히겠어” “그는 생각 없이 입빠른 소리만 하는 통에 믿음이 안 가”와 같이 옳은 말을 잘할 땐 ‘입바르다’, 경솔하게 입이 가벼울 땐 ‘입빠르다’를 사용한다.

눈치가 빠르거나 자기 잇속에 맞게 행동하는 데 재빠름을 나타내는 말로 ‘약삭바르다(약바르다)’를 쓰는 사람도 많지만 이는 ‘약삭빠르다(약빠르다)’ 형태를 표준어로 삼고 있다.

이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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