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폐공 직장폐쇄 업무방해 적용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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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법원이 강희복 전 조폐공사 사장에 대해 업무방해죄 등을 적용, 구속영장을 발부하자 경영자측과 노동계가 크게 술렁거리고 있다.

"공격적 직장폐쇄도 회사 업무방해로 볼 수 있다" 는 영장발부 취지가 본안 재판에서도 인정될 경우 기존의 노사관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姜전사장에 대해 인정된 업무방해 혐의는 부당한 직장폐쇄를 계속해 근로자들의 현업 복귀를 막고 파업이 예상됨에도 조폐창 통폐합을 강행함으로써 생산업무를 방해했다는 두가지다.

서울지법 김동국(金東國)영장전담판사는 "姜전사장이 자신이 요구한 임금협상안을 관철시키기 위해 노조를 압박하고 부당한 직장폐쇄를 계속한 것은 공격적인 행위로 업무방해에 해당한다" 고 밝혔다.

金판사는 특히 "근로자들의 태업 등 소위 '준법투쟁' 에 대해서도 회사 업무에 지장을 주기 위해 집단적.반복적으로 벌인 경우 형사처벌을 해온 만큼 법률적인 형평성 차원에서도 사용자의 공격적 직장폐쇄도 업무방해로 볼 수 있다" 고 강조했다.

그동안 사용자의 직장폐쇄가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하고 정도를 넘어선 경우 민사상 책임을 지운 하급심 판례가 있긴 했지만 형사상 책임을 물어 사용자를 구속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金판사도 "아직 연구가 제대로 안돼 있는 분야라 법 적용을 놓고 무척 고심했다" 고 털어놓았다.

金판사에 따르면 협상이란 서로 가까워지기 위함인데 姜전사장의 경우 충분한 준비를 거쳐 전격적으로 직장폐쇄를 단행한 것은 전술적 차원을 넘어 쟁의문제를 사용자측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하려는 위법한 행위라는 것이다.

그러나 姜전사장에게 적용된 죄목을 놓고 본안 재판에서 치열한 법리공방이 예상된다.

姜전사장 변호인단은 "직장폐쇄는 근로자들의 쟁의행위 이후에 법적 자문을 얻어 합법적으로 단행된 데다 당시 근로자들의 직장 복귀를 진정한 의사로 보기 어려웠던 만큼 아무 문제가 없다" 며 "특히 사용자가 회사에 손실을 끼치는 것을 알면서 업무를 방해했다는 것은 어불성설" 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변호인단은 조폐창 통폐합에 대해서도 姜전사장이 경영상 이유로 선택한 '정책판단' 의 문제였음을 강조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도 姜씨에 대해 적용된 업무방해 주체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즉 사용자가 노동조합 등이 아닌 회사업무를 방해한다는 것이 논리구조상 맞지 않기 때문이다.

기획예산처 관계자도 "최고경영자가 내린 정책적 결정에 대해서까지 법적 책임을 묻는다면 앞으로 경영진들이 심하게 움츠러들고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게 되는 등 경영에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고 말했다.

이밖에 姜씨에 대해 적용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부분도 법적 공방이 예상된다.

노조와 성실교섭을 해태(懈怠)했다는 것이지만 '성실교섭' 의 범주가 추상적인 데다 일반 노사관계 관행을 크게 벗어났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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