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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깊이읽기] 이젠 탁 털어놓고 말하자 미모는 또 다른 재능이라고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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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미모의 역사
아서 마윅 지음, 채은진 옮김
말글빛냄, 335쪽, 1만5000원

영화 ‘미녀는 괴로워’에서 성형수술로 완벽한 미모와 S라인의 몸매를 갖추게 된 주인공은 외친다. “미모는 나의 무기”라고. 이 말에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대답하다가도 마음속으로는 고개를 끄덕이지 않는가. 역사학자인 저자는 이 지점에 주목한다. 아름다움, 미모에 대해 솔직하지 못했다며 이제는 딱 까놓고 말해보자는 것이다. 그리고는 아름다움이 인간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보겠다고 공언한다. 저자는 문명이 ‘친절한 허구’에 의존한 탓에 인간이 가장 부정직하게 말하고 끊임없이 사실을 부인하고, 가장 이중적으로 생각하는 부분이 신체적 외모라고 말한다. “영혼의 아름다움”이나 “인간적 매력”과 같은 말이 ‘미모’만을 냉정하게 따지지 못하게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압도적 다수가 인정하는 ‘미모’만을 아름다움으로 전제한다. 주관에 좌우되는 미모가 아닌 대다수를 사로잡는 아름다움에 초점을 맞췄다. 그렇게 보면 아름다움의 기준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이데올로기나 제도, 경제 및 사회 체제 등에 비하면 아름다움은 비교적 일관적이며 보편적이라는 것이다.

루이 15세의 정부였던 마담 퐁파두르 (모리스 캉탱 드 라 투르·1752·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소장). 그녀는 왕비와 같은 권력을 누리며 정세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말글빛냄 제공]

그 역사를 따라가 보면 고대부터 19세기 후반까지는 성적 파트너에 대한 선택권이 많지 않았던 까닭에 ‘뛰어난 외모’가 상대적으로 큰 장점이 되지 못했다. 결혼을 비롯한 사회·정치적 관계에서 부와 권력이 중요한 고려사항이었기 때문이다. 눈부신 미모를 발판으로 엄청난 신분 차이를 뛰어넘는 여성도 있었지만 숫자는 적었고, 그들 또한 왕이나 귀족·부자의 첩이나 정부에 머문 경우가 많았다.

20세기로 접어들며 여행 등 이동의 기회가 늘며 외모에 대한 비교와 평가의 기회가 확대되고 잡지 사진이나 상업 영화가 등장하며 인간의 아름다움, 즉 미모는 하나의 독립적 가치로 인정된다. 아름다움 그 자체가 특별한 이익이 되고, 성공의 중요한 요소가 됐다. 연예인 뿐만 아니라 정치인에게도 외모 메리트가 있다.

그렇다면 미모가 미친 삶의 영향은 무엇일까. 저자는 “아름다움을 타고난 사람은 좋은 나쁘든 관심을 받고 다른 사람이 얻을 수 없는 기회도 갖는다”며 “그 기회의 종착점은 그 사람의 다른 자질과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고 강조한다. 아름다운 사람은 덜 아름다운 사람과 다른 삶을 살게 될 가능성은 높지만 자동으로 행복과 성공을 누리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미모가 비극을 불러오기도 했다. 그럼에도 결론은 이렇다. “아름다움은 유전자의 선물이며, 음악이나 수학적 재능과 같은 하나의 재능이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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