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중산층…점심 굶는 학생 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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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서울 A초등학교 1학년.3학년인 Y양 자매는 요즈음 점심은 학교에서 무료 급식으로, 저녁은 서울시 마포구 아현동에 있는 무료 급식소 '나눔 신나는 집' 에서 해결한다.

지난해 아버지가 명예퇴직을 당한 후 그동안은 퇴직금으로 생활해 왔으나 그마저 바닥났기 때문이다.

서울 중랑구 S초등학교에서는 전교생 2천여명 가운데 15%인 3백여명이 무료 학교급식으로 점심을 해결한다.

이 학교의 무료급식 지원대상은 지난해 1백50명에서 2배 이상 늘었고 지난 7월 이후에도 16명이 증가했다.

지난 9월부터 무료급식 혜택을 보는 K양(11)은 "지난해 아빠가 직장을 그만둔 후 야채장사를 했는데 수입이 좋지 않아 더 이상 급식비를 낼 수 없었다" 고 말했다.

서울 구로구 K초등학교의 경우도 무료급식 대상 학생이 지난해 67명에서 올해 1백54명으로 늘어났다.

경기가 회복단계에 들어가고 우리 경제가 사실상 IMF체제를 졸업한 수준이라고 하지만 점심을 집에서 해결하지 못하거나 학교 단체급식에 밥값을 낼 수 없는 형편인 학생들은 오히려 늘고 있다.

IMF를 거치면서 중산층이 무너지고 저소득층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학교에서 무료급식을 받는 초.중.고생은 지난해 13만9천여명에서 올해는 15만1천여명(전체 학생의 1.8%)으로 8.7% 늘었다.

또 내년에는 전체의 2%인 16만여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최근 경기도 부천지역의 초.중.고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그동안 부끄럽다는 생각으로 점심을 굶는 사실을 숨겨오다가 학교에서 단체급식이 시작되자 무료급식을 요청하는 고교생이 늘고 있었다" 고 말했다.

그러나 교육부가 확보한 내년도 결식아동 지원예산은 3백84억원으로 15만3천명을 먹일 수 있는 수준이다.

또 올 겨울 방학중 교육부가 점심값을 지원하려는 학생수는 12만여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3만여명에게는 사회단체나 이웃들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한 실정이다.

그러나 지난해까지도 기업이나 개인들이 무료 급식단체 등에 후원금을 많이 냈으나 올해는 이마저도 부쩍 줄어 결식 학생들에게는 올 겨울방학이 유난히 춥고 배고픈 방학이 될 것 같다.

YMCA.대한성공회 등 7개 단체가 지난해 6월 공동 발족한 먹거리협의회 박병헌(朴炳憲.29)간사는 "지난해는 18억여원의 성금이 접수됐지만 올해는 성금접수가 거의 없는 실정" 이라며 "2백여 무료 급식소를 운영하는데 6억원이 필요하지만 현재 기금은 1억원뿐" 이라고 말했다.

교육부와 16개 시.도 교육청에도 지난해는 기업이나 시민 등이 결식아동 지원성금으로 1백50억원이 접수됐지만 올해는 1백14억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오대영.이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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