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목사 암살 미정부 개입"…美 배심원 판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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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1968년 암살된 미국 흑인 민권운동 지도자 마틴 루터 킹 목사는 제임스 얼 레이의 단독범행이 아니라 조직적인 살인 음모에 의해 희생됐다. "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 법원의 배심원들은 8일 킹 목사 가족들이 94년 재심을 청구한 암살사건 평결에서 "킹 목사 암살은 베트남전에 반대하고 대규모 흑인 시위까지 계획하고 있던 킹 목사를 제거하기 위한 음모의 결과" 라고 결론지었다.

흑인과 백인 각각 6명씩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은 "음모에는 마피아와 미 정부요원 등이 조직적으로 개입됐을 가능성이 있다" 고 덧붙였다.

킹 목사 암살사건이 재조명을 받게 된 것은 멤피스 지역의 사업가 로이스 조워스(73)가 93년 ABC-TV와의 인터뷰에서 "마피아의 명령으로 킹 목사 암살을 위해 사람을 고용했으나 그는 레이가 아닌 다른 사람" 이라고 털어놓음으로써 비롯됐다.

조워스는 킹 목사가 암살당한 모텔 건너편에서 식당을 경영하던 사람이다.

그는 이번 재판에서 변호사를 통해 자신의 6년전 발언을 다시 한번 확인했으나 암살명령을 내린 마피아 수뇌가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의 변호인은 배심원들에게 조워스가 마피아와 미 연방수사국(FBI), 중앙정보국(CIA), 군 정보요원, 주 및 시 관계자 등이 개입된 광범위한 인물 중 한사람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레이는 암살 당일 미주리 감옥에서 탈옥해 조워스가 운영하는 식당 위층의 여관에 가명으로 숙박했었다.

그는 체포된 뒤 킹 목사 암살 사실을 시인,징역 99년형을 선고받았으나 이후 무죄를 주장하면서 항소에 안간 힘을 써오다 지난해 간암으로 사망했다.

레이에 대한 재판은 지금까지 지방 및 연방법원에서 8차례나 열렸으며 78년에는 의회 청문회까지 열렸으나 모두 레이에 대한 유죄 언도가 정당했다고 결론지었다.

재판부는 이날 킹 목사 가족이 조워스에 대해 청구한 상징적 배상금 1백달러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킹 목사 부인 코레타 킹 여사는 "우리는 누군가 진실을 말해줬다는 사실에 너무 행복하다" 고 기뻐했다.

이훈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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