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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통신원 현장리포트] 서울지하철·전철역 화장실 점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0면

지하철이나 전철을 이용하다 보면 급하게 화장실을 찾는 경우가 있다. 특히 장(腸)이 안 좋은 사람은 목적지와 상관없이 중간에라도 내려서 '볼일' 을 봐야 하는 긴박한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서울과 수도권에 있는 지하철.전철 역은 3백여 곳. 이 가운데 현재 공사 중인 남영역과 고속버스터미널역을 제외하곤 모든 역이 화장실을 갖추고 있다.

본지 주부통신원들이 지난 달 29~30일 이틀간 서울과 수도권의 24개 지하철과 전철 역의 화장실을 점검해봤다.

화장실을 둘러본 대부분 통신원들은 "개통한 지 얼마 안된 도시철도공사의 관리구간은 상태가 매우 우수하고 오래된 철도청.지하철공사 구간도 전반적으로 관리상태가 양호한 편" 으로 평했다.

8호선 암사역을 다녀온 임수경(31)통신원은 "세면대 거울에 '오늘도 좋은 하루가 되십시오' 란 문구가 적혀 있고 실내에 액자가 걸려 있어 유명백화점 화장실로 착각할 정도였다" 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종희(36)통신원은 "7호선 중곡역엔 화장실 안에 비상호출 통화장치가 있어 버튼을 눌렀더니 몇 초 안에 역무원과 통화할 수 있었다" 며 "청소상태도 워낙 깔끔해 지하철 화장실의 이미지가 달라졌다 "고 말했다.

문경(33)통신원도 "신정역.목동역.오목교역에는 세곳 모두 남녀 화장실 입구에 점자가 새겨져 있고 장애인 화장실도 따로 설치돼 있어 좋았다" 고 보고했다.

그러나 일부는 젖은 손 건조기 등 설치물이 작동하지 않거나 바닥이 물에 흥건하게 젖어 있기도 했다.

국철구간의 부평역을 점검한 조전순(35)통신원은 "손을 말리는 건조기가 작동을 안해 불편했다" 고 지적. 조인경(34)통신원도 "2호선 신천역은 건조기는 고사하고 세면대 위의 물비누 통이 비어 있었다" 고 말했다.

박영희(35)통신원 역시 "마두역의 경우 바닥에 물이 고인 곳도 있고 세면대 수도꼭지는 더운 물이 나오지 않았다" 며 "특히 좌변기의 색상이 누렇고 더러워 사용하는 데 무척 꺼려졌다" 고 전했다.

한편 통신원들은 한결같이 자동판매기로 한 개에 2백원씩 파는 화장지에 대해 불만이 많았다.

시중 제품보다 값은 두 배 이상 비싼데도 품질은 크게 떨어진다는 것. 심지어 한 통신원은 "화장지 장사를 위해 일부러 화장실 안에 화장지를 비치하지 않는 것 아니냐" 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번 화장실 점검에 참여한 본지 통신원들은 지하철.전철 역 안의 화장실 운영을 위한 제안도 내놓았다.

이정아(29)통신원들은 "화장실 입구에 한 대의 화장지 자판기만 설치돼 있어 남녀가 함께 사용하도록 만든 것은 우리 문화에 맞지 않으므로 프라이버시를 고려해 남녀 화장실에 따로따로 설치하는 게 바람직하다" 고 지적했다.

여자화장실에는 생리대 자동판매기도 설치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많았다.

잠원역.신사역.압구정역을 조사한 김혜영(39)통신원은 "세 곳 모두 쓰레기통이 고동색 고무양동이나 플라스틱 페인트통의 윗부분을 잘라낸 것들이었다" 며 "주변 웨딩홀이나 업체의 협찬을 받아 깔끔하게 꾸민 쓰레기통을 설치하면 화장실 분위기가 더 밝아질 것" 이라고 제안했다.

이밖에 ▶비누도 여러 사람이 쓰는 만큼 물비누가 더 적당하다 ▶개찰구 안이나 밖 한쪽에만 있는 화장실을 양쪽에 모두 설치해야 이용객이 편리하다 ▶화장실 안에 선반을 설치해 핸드백.가방.책 등 휴대품을 놓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정리〓유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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