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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 개정 긴급점검] 바뀌면 어떻게 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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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70년대 '막걸리 보안법' 이란 말이 있었다.

친구와 술자리에서 취중에 무심결에 나눈 이야기가 문제돼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는 어마어마한 죄명에 걸려들어 경을 친 경우가 있는 데서 생겨난 말이다.

심지어 여러 사람 앞에서 '금강산이 아름답다' 고 말한 것이 법에 저촉되는지 여부를 놓고 내기했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까지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여러 사람 앞에서 공개적으로 북한체제를 찬양하는 발언을 하는 것이 전면 허용될 전망이다.

현행 국가보안법에 의하면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지는 무거운 죄다.

이적단체에 가입했다고 해서 경찰서에 오갈 일도 없고 사회주의에 관한 표현물을 제작.소지.배포.판매하면서 수사기관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

98년 1월부터 올 9월까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사람은 모두 7백20명.

이 가운데 91%인 6백57명이 찬양.고무 등 혐의(제7조 위반)로 구속됐다.

찬양.고무죄가 국가보안법을 지탱하는 중추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재야.인권단체는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제7조의 폐지를 위해 전력투구해 왔다.

이 조항만 없어지면 법 자체가 유명무실하게 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인륜에 반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불고지죄(제10조)가 폐지되면 간첩이라고 의심되는 사람을 신고하지 않았다고 해서 처벌받지 않는다.

목적수행(4조), 잠입.탈출(6조), 회합.통신(8조) 등 극히 제한된 경우에만 이 법이 적용된다.

국가보안법이 개정될 경우 폐지된 조항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받고 있는 피고인은 검찰의 공소취소나 법원의 면소(免訴)판결로 석방된다.

또 검찰.경찰이 내사 또는 수사 중인 사건도 종결되며 확정판결을 받아 교도소에 수감 중인 재소자도 구제될 것으로 보인다.

국가보안법의 개정 움직임에 대해 재야 법조계와 인권단체는 환영하는 입장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사무차장 임영화(林榮和)변호사는 "그동안 정치적으로 악용.남용돼온 국가보안법은 유엔 등으로부터 개정.폐지 압력을 받아왔다" 며 "특히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제7조는 즉각 폐지돼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그는 "화해와 평화공존의 시대에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는 국가보안법은 모순 그 자체며 국가안보와 관련된 범죄는 형법의 간첩죄 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충분히 보완 가능하다" 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 등 일각에선 "사상과 표현의 자유는 천부적 권리이지만 헌법적 기본질서와 국체(國體)를 부정하는 표현의 자유까지 보호하는 나라는 없다" 며 급격한 변화를 우려하고 있다.

김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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