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전투기·병원·방송국 … 바다 위 군사 도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미 해군들이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의 갑판 위에서 F-18 전투기의 이륙을 준비하고 있다. 이 항공모함은 전투기·정찰기 등 80여 대의 항공기를 갖추고 있다. [미 해군 제공]

미국 해군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함의 갑판은 전투기 전시장을 방불케 했다. 항모에는 최첨단 전투기인 F/A-18E/F 수퍼 호닛, F/A-18C 호닛 50여 대와 4대의 HH60H/SH-60F 시호크 헬기, C2 그레이 하운드 정찰 및 정보 수집기 1대 등 6종류의 항공기가 가지런히 정렬해 있었다. 내부를 열어젖히고 정비를 받는 전투기도 더러 있었다. 29일 홍콩에 입항한 조지 워싱턴함이 홍콩 주재 외신기자들에게 공개됐다.

◆장병들 “세계 전쟁 억지 기여”=미 제7함대 소속으로 지난해 퇴역한 키티 호크함을 대신하고 있는 조지 워싱턴함은 핵 추진 항모로서는 전 세계 최강 화력을 자랑한다. 별명은 두 가지다. ‘바다 위의 도시(A City at Sea)’, 그리고 ‘평화의 도구(The Tool of Peace)’다. 장병들의 사기는 대단했다. 미 해군사관학교를 나와 전투기 조종사를 거친 리언 몸센 중위는 “항모 근무가 가진 가장 큰 매력은 전 세계 전쟁억지를 위해 내가 뭔가를 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항모엔 음식점과 가게·세탁소, 일반 병원과 치과도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체육관과 자체 TV 방송국까지 갖추고 있다. 함장인 데이비드 로스먼 제독은 “항모 임무 완수의 첫째 요소는 강력한 무기나 작전 능력이 아닌 각 부문 장병의 협력과 조화며 이는 완벽한 생활환경에서 나온다”고 힘줘 말했다. 항모가 함대 이전에 도시로 불리는 이유라는 것이다.

좁다란 철제 계단을 네 번 돌아 오르자 갑판 바로 아래에 거대한 홀이 나타났다. 주위 벽과 바닥은 모두 강철이다. 철이 아닌 게 있다면 벽에 걸린 성조기와 장병들의 옷가지, 음식, 생활용품 정도다. 1만㎡가 더 돼 보이는 이곳은 사복 차림을 한 장병 1000여 명으로 북적였다.

◆신참 여군 “쇼핑하고 싶다”=홍콩 입항 기념 휴가를 받은 장병들은 들뜬 표정이었다. 오데일 하사관은 “현재 승선한 장병의 절반 정도인 2500명이 오늘 홍콩 시내로 이틀 휴가를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호텔 숙박권은 무료로 지급된다.

해군에 입대한 지 4개월 된 신참 여성 사병인 수전은 “홍콩은 처음인데 너무 흥분된다. 쇼핑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뉴욕에서 고등학교 수학교사로 있던 그가 해군을 자원한 것은 모험을 즐기기 위해서다. “전 세계를 돌며 색다른 모험을 하고 싶었다. 동시에 항모가 가지는 전쟁억지 기능, 즉 평화유지라는 대의에도 동감한다.”

지휘부 건물 바로 밑에는 E-2C 호크아이 조기경보기가 버티고 있다. 말 그대로 조지 워싱턴함의 눈에 해당한다. 한국군도 보유하지 못한 이 조기경보기는 작전반경이 2580㎞에 달한다. 미 해군 홍보부서에 근무하는 찰스 오키 하사는 “조지 워싱턴함 전단이 현존 최강 전력을 자랑하는 첫째 이유가 바로 이 조기경보기”라고 말했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