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세상] “나는 미래를 준비하는 스무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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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면

단국대 천안캠퍼스 방송국 국원인 김보람(앞줄 왼쪽)·김선영(앞줄 오른쪽)씨가 동기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내년 이맘때쯤 우린 무얼 하고 있을까?” “당연히 밤늦게까지 신나게 놀겠지” 매일 친구와 이런 상상을 하며 야간자율로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왔다. 그러던 10월 말. 한창 수시합격자가 발표될 시기,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대학에 합격했다는 것이다. 12년 학창시절의 종지부를 찍는 순간이었다. 작년 이맘때의 내 모습이다.

올 3월 드디어 대학생이 됐다. 넓은 학교가 익숙하지 않았고 수강신청이 낯설었다. 학교에 나가지 않아도 전화 한 통 안 오는 게 이상했다. 자유로운 학교생활도 점차 익숙해졌다. 하지만 자유가 주워질수록 자유가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때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대학교는 수업에 안 나가도 아무도 뭐라고 안 해. 지금 이렇게 (내가)뭐라 할 때 좋은 거다” 그렇다. 누군가 날 챙겨주고 신경 써주고 있다는 게 좋은 걸 대학생이 돼서야 느꼈다.

성인이 되고 책임이 가까워질수록 자유가 두렵다. 그럴수록 취업이란 두 글자가 압박이 되어온다. 어떤 사람들은 “1학년이 무슨 취업 걱정이냐, 그냥 놀아라”라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1학년부터 취업준비를 한다. ‘취업’, 두렵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때가 있듯이 대학생 때는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며 자신의 능력을 찾아내는 게 먼저라고 생각한다.

대학생이 된 지 7개월이 지났다. 지금 내가 대학생활을 잘 하고 있는지 생각해본다. 특별히 이뤄낸 건 없지만 처음보단 잘 적응해서 재미 있게 지내고 있다. 또 학교방송국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언젠가 책에서 이런 구절을 읽은 적이 있다. “스무 살 땐 서른 살엔 이런 것을 하고, 저걸 하고… 이런 환상이 있었다. 하지만 서른 살이던 스무 살이던 사는 것 다 똑같더라고요.” 정말 그런 것 같다. 비록 이 생활이 내가 꿈꿔온 캠퍼스라이프는 아니더라도 현재에 충실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대학생이 돼야겠다.

김보람(단국대 무역학과 1학년)


“꿈과 로망을 가진 햇병아리”
수능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작년 이 맘 때 나도 지금 고3처럼 정신 없고 분주하게 하루하루를 보냈던 기억이 난다. 엊그제 같은데 벌써 작년 일이라니… 대학 1학년이 끝나는 이 시점에서 입학하던 때가 생각난다. 대학에 합격하고 나서 새로운 세상에 대한 두려움과 설렘에 밤잠 못 이루던 햇병아리 신입생. 그게 바로 나였다. “이제 대학생이니까 이것저것도 해보고 정말 멋지게 대학생활을 하겠어!”라고 매일 다짐할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이게 웬일. 입학 후 실제 생활은 생각하고 상상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 친구들과 “대학의 로망은 어디에…” 라고 우스갯소리로 이야기 할 정도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이제 대학생이니까 하고 싶은 일도 마음껏 다 해보고 여행도 다니고…”였는 데 생각보다 챙겨야 할 것, 공부해야 할 것이 태산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들어가게 된 학내 방송국에서 새로운 희망을 찾게 됐다. 평소 방송에 관심이 많던 나였기에 새로운 일을 배우면서 즐거움과 도전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처음엔 그곳에서도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모두 이겨내고 나니 방송국은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 일이 종종 벅차긴 하지만 나름대로 나만의 로망을 찾은 것 같다.

대학 입학 후 한 선생님께 “대학의 로망은 다 거짓말 이었어요”라고 불만을 토로한 적이 있다. 선생님께선 “대학의 로망인줄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지나고 나면 ‘대학은 로망이었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라고 하셨다. 아직은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말이지만 로망은 어딘가에 꽁꽁 숨어 있고 아직 다 못 찾았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수능이 끝나면 약간의 실망(?)을 경험한 새내기들은 새로운 생활이 즐겁기만 할지도 모른다. 또 수많은 학생들이 나처럼 실망감을 가질 거란 생각이 든다. 하지만 꼭 본인만의 꿈과 로망을 가질 수 있길 바란다.

김선영(단국대 컴퓨터학부·1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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