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TV 광고싸움 치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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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미국 뉴햄프셔주의 예비선거를 8주 앞두고 대통령 후보들간의 TV광고전이 뜨겁다.

후보들의 공통된 광고전략은 복잡한 정책을 거론하기보다 가정적이고 부드러운 이미지로 유권자들에게 호소하자는 것이다.

후보들은 넥타이를 풀어헤친 편안한 차림으로 '어린이나 여성들과 대화하는 장면을 보여주며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약속한다.

현재 뉴햄프셔주 TV광고에서 가장 활발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후보는 민주당의 브래들리다.

그는 지난 한주간 TV광고비로만 36만달러(약 43억원)를 썼다.

그의 광고에서는 어린 딸을 안은 어머니가 출연해 "상원의원 시절 의료보험제도 개혁에 앞장선 브래들리 덕택에 제 딸이 지금까지 살아 있을 수 있었습니다" 며 그를 치켜세운다.

다른 광고에서는 동료 상원의원이 "브래들리는 로드니 킹 사건 당시 의회에서 킹이 구타당한 횟수만큼 연필로 탁자를 두드려 사건의 심각성을 환기시켰다" 고 그의 인종정책에 대해 칭찬을 늘어놓는다.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후보는 성추문으로 이미지가 실추된 빌 클린턴 대통령 및 민주당 후보들과의 차별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그는 어린이를 두팔에 한명씩 안고 "부모들이 백악관을 가리키며 '대통령이 저곳에 존경과 위엄을 가져왔단다' 라고 말할 수 있게 하겠습니다" 고 깨끗한 이미지를 강조하고 나섰다.

그는 또 "선거유세를 위해 방문하는 지역마다 사람들이 자신의 아이들 사진을 들고와 제게 보여주곤 합니다" 며 자신이 자상한 이미지를 지닌 후보임을 내세운다.

민주당의 고어 후보는 '오만한 엘리트' 처럼 보인다는 지적을 '부드러운 이미지' 로 만회하려고 애쓴다.

그는 TV광고에서 평상복을 입고 유권자들과 의료보험제도의 개혁을 논하다가 혼자 남은 장애인 소녀에게 다가가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그는 또 다른 광고에서 최근 후보들 사이에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의료보험정책에 대해 일문일답을 나누며 같은 당의 경쟁자 브래들리의 정책을 은근히 공격하고 있다.

후보들의 연기력 대결의 장(場)인 광고전에서 낙제점을 받은 후보는 스티브 포브스다.

출판재벌인 그는 네가지 다른 광고를 선보이고 있지만 책을 읽는 듯한 어눌한 말투와 어색한 표정으로 '부드러운 이미지' 를 심는 데 실패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홍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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