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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07 있어 서방 냉전 승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007의 숀 코너리(69)는 동서냉전 서방진영 승리의 주역 - .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은 지난 5일 "만약 코너리가 없었다면 우리가 냉전에서 승리하지 못했을 것" 이라며 코너리를 치켜세웠다.

백악관에서 열린 미 케네디센터 예술훈장 수상자 환영 리셉션 자리에서였다.

물론 코너리는 훈장의 주인공.

클린턴 대통령의 농담 한마디에 좌중에서는 폭소가 터져나왔다.

클린턴은 코너리 외에 수상자인 흑인 맹인가수 스티비 원더(49), 원로 코미디언 겸 피아니스트 빅토르 보르게(91) 등을 가리켜 "수상자 모두 인류의 정신을 드높임으로써 세기말에 길이 남을 기념비를 세웠다" 고 치하했다.

그러면서 코너리를 '냉전 승리의 일등공신' 으로 부각시킨 것.

스코틀랜드 출신으로 미국 명예시민이기도 한 코너리는 미국.소련간 냉전을 배경으로 한 이언 플레밍 원작의 '007시리즈' 에 30년간 제임스 본드 역으로 유명한 영화배우. 영국 정보부 스파이로 냉전시대의 소련과 인류를 말살하려는 과대망상 범죄자들의 음모를 통쾌하게 분쇄했던 그의 강렬한 액션과 풍부한 유머는 세계인들의 뇌리에 깊이 각인돼 있다.

항상 '본드 걸' 이라는 미녀를 대동한 채. 본드역을 그만둔 뒤에도 그는 60대의 나이를 초월해 '더 록' '인트랩먼트' 등 액션영화에 출연, 다시 한번 액션스타로서의 대활약을 보여줬다.

코너리는 최근 3년 동안 숱한 화제를 뿌렸다.

올 8월에는 미국 여성잡지 '뉴 우먼' 이 선정한 '금세기 최고의 섹시한 남자' 로 선정됐다.

해리슨 포드.멜 깁슨.로버트 레드포드 등 잘 생기거나 자신보다 젊은 쟁쟁한 후보들도 섹시함에서는 적수가 되지 못했다.

지난해와 97년에는 정치적 화제를 몰고다녔다.

그가 스코틀랜드 독립지지파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 그는 97년 9월 스코틀랜드 자치의회 구성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를 앞두고 스코틀랜드 국민주의자당을 위해 정치 광고에까지 출연, 스코틀랜드 의회 부활에 찬성표를 던질 것을 호소했다.

자신의 평생 소망인 '스코틀랜드 독립' 을 달성하기 위해 정치인으로 변신하는 것을 서슴지 않은 것이다.

워낙 강경한 독립파라 그런지 지난해에는 영국을 빛낸 예술인으로 기사작위를 받을 예정이었으나 노동당 정부의 반대로 무산되는 씁쓸함을 맛보기도 했다.

그는 이에 대해 BBC방송에 출연, "작위수여 반대에 어떤 정치적 음모가 개입돼 있다" 고 발끈했다.

다분히 정치적인 그가 클린턴에 의해 졸지에 냉전 승리의 주역이 된 것을 기회로 앞으로 어떤 화제를 뿌릴지 두고볼 일이다.

정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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