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즈프로 전성시대' 어떻게 열렸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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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지난달 24일 두번째 시즌을 끝낸 미국 ABC방송의 '백만장자 퀴즈쇼' (Who Wants To Be A Millionaire).이 프로는 1주일 방송분이 모두 주간 시청률 10위 안에 드는 대기록을 세우며 미국에 '퀴즈쇼 르네상스' 시대를 활짝 열었다.

이에 자극받아 FOX TV는 '욕심' (Greed)이라는 퀴즈프로를 긴급 신설했으며 NBC.CBS 등도 비슷한 프로를 내년부터 방송할 계획이다.

퀴즈쇼 르네상스는 비단 미국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 아니다. 최근 국내에서도 다양한 퀴즈 프로그램이 생겨났고 시청자들의 반응 또한 좋다.

가장 눈에 두드러지는 프로는 정통 퀴즈쇼 KBS2 '생방송 퀴즈 크래프트' 와 MBC '생방송 퀴즈가 좋다' .생방송이고 거액의 상금이 걸렸을 뿐 아니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올 1월 '접속 신세대' 의 한 코너로 시작해 9월에 독립 프로로 자리잡은 '도전 골든벨' 도 청소년과 학부모의 지지를 얻고 있다. 26년째 변함없는 사랑을 받고 있는 EBS '장학퀴즈' 도 빼놓을 수 없다.

일반인이 참여하는 퀴즈 프로그램 이외에 연예인이 출연해 다양한 분야의 문제를 맞히는 퀴즈쇼로는 KBS1의 '퀴즈탐험 신비의 세계' , MBC '퀴즈 영화탐험' , SBS '머리가 좋아지는 TV' 등이 있다.

사실 퀴즈쇼는 방송에서 빼놓을 수 없는 메뉴다. 퀴즈쇼는 '문제를 내면 답을 맞힌다' 는 기본 형식이 단순해 제작이 쉬우면서도 시청자들에게 흥밋거리를 제공해 그동안 자주 등장해온 아이템이다.

EBS 장학퀴즈의 박성오 PD는 "퀴즈쇼에는 군더더기가 필요 없어 기술적인 문제로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고 말한다.

또 출연자끼리 팽팽한 대결을 펼치거나 목표점을 향해 문제를 연이어 맞히는 모습은 스포츠 중계를 보는 것과 유사한 맛을 준다.

하지만 현재의 퀴즈쇼 붐은 90년대 중반 이후 두드러진 제작 경향인 '오락과 교양의 결합' 에서 그 답을 찾는 편이 더 정확할 듯하다. 시청자에게 다양한 정보를 재미있게 전달해 지적 즐거움을 안겨준다는 점은 퀴즈쇼 만의 장점이다.

'…신비의 세계' 이원용 CP는 "패널들이 문제를 푸는 포맷이면 다소 밋밋할 수 있는 동물의 생태에 관한 정보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할 수 있다" 고 말했다.

연예인의 농담이나 신변잡기를 늘어놓는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의 반발도 이 프로의 인기에 영향을 미쳤다.

연예인 위주 프로그램이 홍수를 이루는 주말 오후 7시대에 편성된 '…크래프트' 와 '…퀴즈가 좋다' 가 선전 중인 것이나 학생들만 출연, 다양한 끼와 재치를 발산하는 '도전 골든벨' 이 15~20%대의 시청률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상금이 걸렸다는 점도 중요한 계기가 됐다. 실제로 상금 액수와 시청자의 관심은 정비례한다. 미국 프로 '백만장자…' 의 인기도 우승자에게 걸린 1백만달러(약 12억원)라는 상금 덕분이다.

거금 때문에 퀴즈를 통한 '신데렐라 탄생' 에 시청자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한 일. 하지만 TV의 도덕성이 강조되는 한국의 경우 MBC '…퀴즈가 좋다' 의 최고 상금은 2천만원, KBS '…퀴즈 크래프트' 는 3백만원으로 미국과는 큰 차이가 있다.

하지만 "공영방송이 사행심을 조장하는 프로그램을 제작해서는 안된다" 며 상금 지급에 항의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장학퀴즈와 퀴즈아카데미 등을 연출한 MBC 주철환 PD는 "방송이 존재하는 한 퀴즈쇼는 끝나지 않을 것" 이라면서 "흥미보다는 시청자에게 질 좋은 정보를 전달하는데 주력했으면 한다" 고 말했다.

문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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