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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지역균형선발 학생 성적 3·4학년 되면 수시특기자 앞질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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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대학생이 된 김씨는 다른 학생들과 경쟁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다. 잠깐 공부에 소홀했던 1학년 1학기를 제외한 나머지 5학기 동안 매번 학점 3.5점(4.3점 만점) 이상을 받았다. 그러나 영어가 문제였다. 김씨는 “유명 외국어고 출신들의 유창한 영어 실력에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러 영어 강의를 수강하고 영어 교재와 CD를 사서 공부했다. 영어도 독학으로 해결한 그는 올 1학기에 해외 교환학생을 다녀오면서 자신감이 커졌다. 김씨는 “학원보다 혼자 공부하는 게 익숙해서 영어든 학과 공부든 별로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대가 2005학년도부터 도입한 수시모집 지역균형선발을 통해 합격한 학생들이 성적(학점)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학년 1학기 때는 수시모집 특기자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보다 학점이 낮지만 3학년 1학기부터 수시모집 특기자들의 성적을 추월한 것이다. 수능 성적 위주로 선발하는 정시 일반전형 출신 학생들은 4년 내내 세 그룹 중 학점이 가장 낮았다.

양정호(성균관대 교수)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고등교육연구소장은 2005학년도 서울대 입학생 중 올 2월 졸업한 702명의 4년간 평균 학점을 전형 유형별로 분석해 29일 공개했다. 분석 대상은 수시 지역균형선발전형(84명), 수시 특기자 전형(102명), 정시 일반전형(516명)이다.

그 결과 지역균형선발 입학생의 첫 학기 평균 학점은 정시 일반전형보다 0.01점 높은 3.24점으로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외국어고나 과학고 출신이 많은 특기자 전형(3.47점)과는 차이가 컸다. 올해 지역균형선발로 공학계열에 입학한 권대용(19)씨는 “과학고나 영재학교를 나온 특기자 출신은 대학 1학년 수준은 선행학습으로 마친 경우가 많아서 공부를 열심히 안 해도 학점이 좋더라”며 “이들을 따라잡기 위해 지역균형 출신들은 공부를 몇 배 더 한다”고 말했다.


대학 첫 학기에 경쟁의 쓴 맛을 본 지역균형선발 학생들은 1학년 2학기부터 본격적으로 특기자 출신과의 차이를 좁혀 나갔다. 그러다 3학년 1학기에 역전에 성공해 3.6점으로 특기자 학생(3.57)들을 앞섰다. 양 소장은 “자기주도학습 능력이 대체로 우수한 지역균형선발 출신들이 장기적으로 학업 성취도가 높게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2학년부터 전공 수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특목고나 사교육을 많이 받은 학생들의 선행학습 효과가 떨어지는 것도 한 원인이다. 지역균형선발로 2006년 입학한 김가람(22·언론정보학과 4학년)씨는 “고교 때부터 수업시간에 집중하고 열심히 공부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다”고 말했다.

박수련 기자

◆지역균형선발 전형=전국의 인재를 고루 선발해 대도시 출신에 편중된 신입생의 다양성을 높이자는 취지로 서울대가 2005학년도부터 입학정원의 20%(700~800명)를 선발하는 전형 방식. 전국 모든 고교에서 학교장이 고3 학생을 3명까지 추천할 수 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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