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유해업소 단속 '구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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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서울시의 예고된 단속에 업주들은 철저한 준비로 맞섰다. 서울시는 29일 오후 7시부터 30일 오전 3시까지 시민단체 회원들과 함께 호프집.소주방.노래방 등 청소년 유해업소에 대한 청소년보호 특별종합대책에 의한 첫 단속에 나섰다.

이날 서울시는 83개 단속반 8백6명을 투입해 1천5백96개 업소를 단속, 1백81곳을 적발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청소년 출입이나 고용 등 청소년 유해행위로 적발된 건수는 13건 뿐이었다.

나머지 적발건수는 청소년 보호와는 직접 관계가 없는 내용이었다. 구체적으로는 ▶건강검진 진단서 미지참 등 기타 1백21건▶소방시설 미비 25건▶무허가 영업 9건 등이었다.

서울시는 이날 적발된 업소에 대해 ▶허가취소 1건 ▶영업정지 24건 ▶형사고발 48건 등의 조치를 내렸다. 제대로 교육도 안된 채 현장에 투입된 시민 단속반은 우왕좌왕 했으며 업주들은 여유있게 단속반을 맞았다.

◇ 부실한 시민 단속반 교육〓서울시청 시민 단속반 60여명은 29일' 오후 4시부터 서울시청 별관 13층에서' 4시간 동안 청소년 보호법 등 관련법규와 근무자세를 교육받았다.

하지만 경험이 별로 없는 시민 단속반은 현장에서는 '무용지물' . 이날 오후 9시30분쯤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일대에는 시민 단속반 10여명이 투입됐다.

O호프집에 들어갔지만 공무원이 단속하는 동안 일부는 옆에서 구경하고 일부는 바깥에서 공무원들이 나오기만을 30여분 기다렸다.

여기서 20여m 떨어진 S나이트 클럽에 들어갔지만 일부 시민 단속반원은 "영업에 방해될지도 모른다" 며 밖으로 나가기도 했다.

서울 송파구 신천역 일대에 투입된 단속반 10여명도 현장 확인서 작성방법 등 실무요령을 몰라 우왕좌왕했다.

한 단속반원은 "교육은 받았지만 경험이 없는데다 업주들의 '험악한' 얼굴을 보면 위축됐다" 고 털어놨다.

◇ 단속 비웃는 노련한 업주〓지난 22일에 이미 단속 사실을 공표한 상태라 대부분의 업소에선 청소년들을 출입시키지 않았다.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D룸살롱은 단속반원들이 들어가자 지배인은 미리 준비한 영업허가증과 여종업원의 명부를 보여주면서 "단속이 하도 심해 문을 닫을 판" 이라며 여유있는 웃음을 띄우기도 했다.

◇ 대규모 단속인력 쉽게 노출〓경험 없는 인력이 10여명씩 한 조로 뭉쳐서 돌아다니다 보니 '단속 사실' 이 금세 업소에 알려졌다.

서울 신천역 골목에서는 단속반이 나타나자마자 '삐끼' 들이 핸드폰으로 업소에 '문 단속' 을 당부하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띄었다.

실적 저조에 대해 서울시는 "월요일이라 유흥업소의 이동인구가 적었으며 중.고등학교 기말시험이 곧 있어 청소년 출입이 적었다" 고 해명했다.

또 서울시는 "서울지검에 사법경찰권 행사를 할 수 있는 공무원 3백90여명을 지원해줄 것을 30일 신청했다" '면서 "이들에게 현장에서 위반업주를 체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할 계획" 이라'고 밝혔다.

고수석.성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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