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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새천년엔 지식산업 육성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지금까지의 경제활동은 주로 노동과 자본량을 중심으로 이뤄져 왔지만 21세기 경제는 지식이 생산량을 결정하는 등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즉 21세기는 자동차 수천대를 파는 것보다 창의성 있는 아이디어가 더 중요하다.

일본과 대만에서 인기리에 상영 중인 영화 '쉬리' 와 같은 지식산업이 훨씬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시대가 되는 것이다. 국가든 도시든 흥망성쇠는 변화를 주도하느냐, 아니면 변화에 휩쓸려 낙오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에 따라 주요 선진국들은 저마다 지식국가로 변신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미국은 90년대 들어 4단계의 정보통신정책을 통해 지식기반산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해 왔다. 일본은 21세기에 미국을 따라잡기 위해 지식기반형산업에 바탕을 둔 정보화.바이오(생명공학).환경산업을 국가경영지표로 이미 설정해 추진하고 있다.

임업국가인 핀란드는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난 10년간 1도(道)1과학도시(테크노폴리스)를 건설해 산.학.연.관 네트워크체제 구축을 통해 국가경쟁력을 10단계나 끌어올렸다.

그러나 우리는 기술경쟁력.기술료수령액 비율.특허출원건수.논문발표건수 등과 같은 지식성과지표는 선진국에 비해 엄청나게 뒤떨어져 있다.

최근 지식기반산업 육성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지만 정부에 의해 그저 밑그림이 그려지는 초기단계에 머물고 있는 수준이다. 정부는 물론 기업.연구소 등이 발전방안을 봇물처럼 쏟아내고 있지만 현실성 있는 것은 극히 드물다.

특히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누구나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지식기반산업에 대한 개념이 통일돼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21세기를 지배할 지식기반산업을 집중 육성해야 한다는 목표에는 누구나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를 위한 수단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나라의 지식기반산업 육성전략을 몇가지 제시해 본다.

첫째, 정부는 지식기반산업의 유권개념(有權槪念)을 시급히 내놓아야 한다. 지금은 정부.기업.언론.학자마다 각양각색이다. 개념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올바른 문제제기와 정책이 나올 수 없다.

여기서 한가지 분명한 것은 지식기반산업 여부는 산업종류가 무엇이든지간에 높은 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투입된 요소가 노동과 자본량보다는 지식과 정보에 얼마나 의존했느냐에 기준을 두어야 한다는 점이다.

둘째, 지식기반산업의 실행주체이자 대상인 민간기업들을 정책파트너로 정책수립 단계에서부터 참여시켜야 한다. 민간기업은 상상외로 많은 정보.노하우.방법론을 갖고 있으므로 이들 자원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지식기반산업 민.관 합동추진위원회' 를 제안한다.

셋째, 지식기반산업은 결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다. 기존산업에서 지식기반산업을 찾아내 중점 육성해 가자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개별기업과 관련기업협회를 통해 지역.산업.업종별로 노동.자본량.지식.정보 등의 투입요소와 부가가치 창출을 면밀히 조사해야 한다. 이를 토대로 지방자치단체들은 지식기반산업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나아가 지식산업지도까지 만들어 대응해 나가야 한다.

끝으로 지식기반산업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필요하다. 지식산업의 요소는 기술.정보.문화다. 이제까지 지식은 그저 연구.개발에 의해 새롭게 만들어지는 것으로 생각해왔으나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목조건축은 세계 최고를 자랑한다. 바로 이러한 것이 지식산업의 자산이다. 이처럼 지식기반산업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의 주변에 있음을 인식하고 출발해야 한다.

노춘희 (경기개발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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