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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구상'배경] DJ, 개각 앞당겨 정국돌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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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대중(金大中.DJ)대통령이 정국쇄신 구상을 가다듬고 있다. 쇄신의 바탕은 밀레니엄을 앞둔 '새 출발론' 에 두고 있다. 그 가닥은 여권 내부의 재정비와 대야관계 복원, 그리고 대국민 설득의 세 방향으로 잡히고 있다.

구체적으로 여야 총재회담으로 꼬인 현안을 털어내고, 12월 하순 대폭 개각을 통해 국정쇄신을 꾀한다는 정국관리의 일정표도 잡아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30일 연말 진용개편을 '밀레니엄 개각' 으로 불러달라고 주문했다.

정국쇄신의 목표는 내년 4.13 총선에서의 승리다. 흐트러진 민심수습을 위해 "핵심 참모라도 사법처리하겠다" 는 비장한 각오가 金대통령에게 서려 있다고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전했다.

연말에 당복귀를 선언한 김종필(金鍾泌.JP)총리 쪽에서도 DJ의 정국돌파 구상을 암시하는 얘기가 나온다.

JP의 측근은 "金총리가 대통령의 뜻을 읽고 총리직 사퇴 입장을 밝힌 것" 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金대통령의 정국쇄신 구상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고려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金대통령은 필리핀에서 국정혼선 상황에 대해 "모든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 "야당 총재가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존중하고 있다" 며 자책론(自責論)과 야당존중론을 폈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줄기차게 주장해온 내용을 대체로 수용한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옷로비 수사.언론문건 국정조사.예산안 및 선거법 처리 등 모든 의혹과 정국교착 요인을 연내에 해소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라고 해석했다. 특히 "신동아그룹이 자신에게 직접 로비를 시도했다는 사실을 밝힌 데 이어 나온 자책론이어서 金대통령의 새로운 국정관리 방식을 예고하는 것" 이라고 했다.

金대통령은 이를 바탕으로 화합과 안정의 '새 천년 대(對)국민 메시지' 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IMF형 경제사범을 중심으로 한 연말 대사면 방침이 새 천년 메시지의 내용과 같은 맥락이라고 한다.

'밀레니엄 개각' 은 내정.통일안보.경제.사회문화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필요하면 교체한다는 큰 원칙이라는 데에 여권에선 별다른 이의가 없다.

공동정권 운영의 새로운 틀짜기도 관심이다. 공동정권의 상징인 'JP 총리' 의 위상변화는 필연적으로 DJP정권의 틀을 흔들 요인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합당문제는 정기국회 폐회일인 12월 18일 직후 DJP논의를 통해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합당이 되지 않더라도 DJ와 JP의 긴밀한 의사소통은 지속될 것으로 보는 게 청와대와 자민련측의 공통된 분석이다.

두사람 모두 총선 후 정계개편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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