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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서 '총재'로 명함바꾸는 JP, DJ와 물밑교감에 관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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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종필 총리는 30일 오전 11시40분쯤 불쑥 신당동 사저(私邸)를 찾았다. 이덕주(李德周)총리공보수석이 'JP의 연말 당복귀' 를 발표한 지 두시간 후의 일이다.

신당동 집은 보일러 등을 수리하고 있는 중이었다. JP의 사퇴는 당초 계획보다 한달 가량 앞당겨진 것이다. 지난달 11일 JP는 "내년 1월 하순 당에 복귀하겠다" 고 밝혔었다.

조기복귀 결심의 배경에는 자민련 내부상황이 1차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게 주변의 설명이다. 김용채(金鎔采)비서실장은 "총선이 임박했는데 이왕 복귀하려면 빨리 해달라는 요청이 자민련측에서 많았다" 고 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이유는 김대중 대통령과의 관계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한 핵심 측근은 "대통령의 연말 밀레니엄 개각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결심한 것" 이라고 귀띔했다. '난맥' 이란 평가까지 나오는 정국분위기를 쇄신하려는 청와대를 편하게 해준 일종의 '배려' 라는 설명이다.

그래선지 金대통령과의 교감설까지 나돈다. "미리 DJP가 큰 틀을 합의한 뒤 이를 묻어두기 위해 그동안 주례회동을 중단해 왔다" 거나 "간접채널로 DJP간에 충분한 의견교환이 있었다" 는 얘기들이 그것이다.

JP의 당복귀 후 여권내 역학관계의 변화도 관심이다. 총리와 공동여당의 총재는 다르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총리' 관계는 다분히 수직적이고 '국민회의 총재와 자민련 오너총재' 는 보다 수평적일 수 있다.

자민련 일각에선 앞으로 공동정권이 다소 느슨해진 연립정권의 형태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견해도 있다.

JP의 한 측근은 "지금까지와 달리 총리가 정치현안에 대해 분명한 목소리를 낼 것" 이라고 예고했다.

서경원(徐敬元) 전 의원 방북사건 등에 대한 여권내 대응을 비판하고 보수대연정을 모색하는 최근 움직임은 그 예고편이란 설명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공동정권 내부에 긴장관계가 조성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남은 문제는 박태준 총재와의 관계설정이다. 朴총재가 끝내 총리직을 고사하면 자민련은 양두(兩頭)체제가 된다. 그럴 경우 DJ와의 관계설정은 물론 총선준비, 구체적으로는 공천과 자금모금 및 집행에서 일사불란한 지휘체계 구축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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