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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천년 도전 현장] 1. 세계 중심 꿈꾸는 중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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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이제 한달 남았다. 서기 2000년이 시간의 모퉁이를 막 돌아들고 있다. 세계화와 정보화의 거센 소용돌이 속에서 새로운 시대의 문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세기니 천년이니 하는 것은 인간이 마음대로 맺어 놓은 '시간의 마디' 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지구촌 사람들은 그 마디에서 미래의 희망을 찾으며 장밋빛 기대감에 들떠 있다.

대대적인 축제가 준비되고, 경제는 밀레니엄 특수로 흥청거린다. 그러나 새 시대는 일찍이 겪지 못했던 엄청난 도전의 장(場)이기도 하다. 그것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국가와 민족의 흥망과 성쇠가 판가름난다.

'미래는 준비하는 자의 몫' 이라는 것은 역사가 깨우쳐준 교훈이다. 중앙일보는 2000년대를 한달 앞두고 밀레니엄 특집을 시작한다. 세계로 웅비하려는 우리의 미래 설계를 점검하면서 차분하게 새 시대를 맞자는 뜻에서다.

그 첫번째로 주요 선진국들의 21세기 도전 현장을 점검하는 시리즈와 특집 '21세기 키워드(3면)' 를 시작한다.

[상하이〓유상철 특파원] 상하이(上海)엔 '최대' '최고' '최상' 등의 단어가 넘쳐난다. 중국 최장의 양쯔(揚子)강과 태평양이 만나는 황푸(黃浦)강 입구 푸둥(浦東). 아시아 최고 TV 타워인 동방명주(東方明珠.4백68m) 옆으로 지난 8월 세계에서 세번째로 높은 4백21m의 진마오(金茂)빌딩이 문을 열었다.

그것도 부족해 연말부터 또다시 대공사가 시작된다. 94층 4백60m의 상하이세계금융센터. 2001년 완공되면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타워(4백53m)를 넘어 세계 최고다.

새로 건설된 8만명 수용의 상하이 스타디움은 중국 최대. 90년 아시안게임을 치른 베이징(北京) 노동자체육장(5만명 수용)쯤은 우습다. 시내로 연결되는 고가도로 역시 중국 최장. 95년 45㎞의 내부순환선에 이어 올해 89㎞의 외부순환선이 완공됐다.

지난달 23일 상하이 훙차오(虹橋)국제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택시안. 택시기사의 회사 자랑이 침을 튀긴다.

"우리 회사 '창성(强性)' 은 택시가 6천4백대나 돼요. 상하이 최대죠. 상하이 최대면 중국 최대죠. " 올해 푸둥에 34층 빌딩을 세운 포스코개발 고순욱(高淳昱)상무는 "상하이엔 10층 이상이 2천개, 30층 이상 고층 건물이 1백개나 된다" 고 설명한다.

'사이즈' 에 대한 열정은 바로 '중국 최대' '아시아 최고' 를 넘어 세계의 중심지로 거듭나겠다는 상하이의 21세기 청사진에서부터 비롯된다.

"지역 차원이 아닌 중국의 국가적 차원의 발전 전략입니다. " 상하이 푸단(復旦)대학 경제학원 부원장인 루더밍(陸德明)박사의 말이다. "상하이란 용의 머리를 자극, 그 힘이 몸통 양쯔강을 타고 쓰촨(四川)성 등 중서부 내륙 꼬리에까지 전달되게 해 중국 전체의 발전을 이루자는 것이지요. " 상하이에서 꼬리인 충칭(重慶)에 이르는 양쯔강 유역은 70개 도시와 중국 인구 37%가 포진하고 중국 국내총생산 40%를 맡는 요지다.

본격적 푸둥 개발이 국무원에 의해 결정된 90년 이래 8년간 1천5백70억위안(약 24조5천억원)이 인프라 건설에 집중됐다.

올해부터 2001년까지 3년간 또다시 2천4백억위안을 쏟아붓는다. 이중 1천1백10억위안은 통신.생명공학.신소재 개발 등 3대 핵심 산업에 집중된다. 글로벌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것이다.

여기에 중국 특유의 강점인 화인(華人)네트워크가 상하이 발전에 큰 빛을 발하고 있다. "개혁.개방이래 상하이 외자도입의 70%는 귀국화교를 매개로 전세계의 화인들로부터 왔습니다."

상하이시 귀국화교연합회(僑聯) 쩡화쑹(曾華嵩)연락부장은 4천명의 귀국화교와 가족.친지들 40만명, 해외친지 50만명을 더한 1백만 화교 세력이 상하이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하이의 야망이 세계로 뻗어나가는데 발맞춰 세계 또한 상하이로 속속 집결 중이다. 시티뱅크가 97년 중국본부를 홍콩에서 상하이로 이전한데 이어 마이크로소프사는 최근 상하이 법인을 아시아 본부로 승격시킨다고 밝혔다. 세계 1백대 기업 중 57개가, 외국 금융기관은 1백86개가 각각 상하이에 진출했다. 최근엔 유대계 상인들도 상하이로 되돌아오고 있다.

"21세기는 미국.유럽.아시아에 각각 한개씩 등 3대 중점 도시를 축으로 재편될 것입니다. 홍콩이나 도쿄(東京)는 더 이상 상하이의 상대가 아니지요. " 陸박사는 "중국 연안이란 활시위에 양쯔강이란 화살을 매겨 태평양, 즉 세계를 쏘아 맞추겠다는 게 상하이의 포부이자 중국의 포부" 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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