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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007'언리미티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7면

세기말을 장식할 007 시리즈 19번째 작품 '언리미티드' (원제 The World Is Not Enough)가 다음달 18일 국내 개봉된다.

피어스 브로스넌이 주연을 맡은 007시리즈로는 '골든 아이' (95년) '네버 다이' (97년)에 이어 세번째이다. 그는 최근 내년 초 촬영에 들어갈 20번째 007시리즈에도 출연하겠다고 선언, 47세로 비교적 많은 나이에도 제임스 본드 역에 강한 집착을 보였다.

이번 19탄은 송유관을 독점, 세계를 장악하려는 석유재벌의 음모를 다뤘다. 최근 세계 원유가 폭등이 연상돼 눈길을 끈다. 선악의 대립구도에다 본드의 승리로 끝나는 '뻔한' 결말은 이전 007 시리즈와 같지만, 액션은 보다 풍부해졌다. 007 시리즈를 받쳐준 축이었던 냉전구도도 사라진 지금 식상한 관객들을 붙잡아 놓을 방법을 찾다 보니 고난도 두뇌싸움보다는 액션 지향으로 흐른 인상이다.

초반부터 영화는 긴박한 추격전으로 치닫는다. 테러단의 총격을 가까스로 피한 본드가 런던 템스강에 첨단 보트를 타고 미모의 여자 저격수를 추격하는 장면은 단번에 관객의 눈길을 낚아챌 만큼 스피디하고 시원스럽다.

영국이 야심 찬 밀레니엄 프로젝트로 내놓은 '밀레니엄 돔' 이 무대로 활용되는 등 한껏 시대분위기를 살렸다.

세기말 본드에게 떨어진 영국정보국(MI6)의 지령은 테러에 희생된 세계 석유계의 거물 로버트 킹의 딸 엘렉트라의 신변을 보호하라는 것. 그러나 본드는 킹의 죽음에 딸이 개입돼 있는 등 복잡한 음모가 숨겨져 있음을 알고 집요하게 뒷조사를 벌인다. 결국 그의 죽음은 전세계 송유관 사업을 독점하려는 테러범과 딸의 결탁으로 이뤄진 것으로 밝혀진다.

007 시리즈가 늘 그렇듯 이번에도 본드는 런던.알프스.카자흐스탄.이스탄불.카스피해 등 세계 곳곳을 종횡무진 누빈다. 쾌속정과 스포츠카 등 최신형 장비들이 동원돼 사건해결에 한몫하는 것도 늘 보던 장면. 브로스넌은 '원조' 숀 코너리에 버금갈 정도로 완숙한 본드를 연기한다. 소피 마르소는 엘렉트라로 출연, 브로스넌과 맞서지만 어딘지 카리스마가 약하다. 마이클 앱티드 감독.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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