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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수사 어디까지] '실패한 로비'도 실체 밝혀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사직동팀 최종보고서 유출 사건에 대한 검찰의 1차 수사 대상은 박주선(朴柱宣)전 청와대 법무비서관-김태정(金泰政)전 검찰총장-박시언(朴時彦)전 신동아그룹 부회장으로 이어지는 '朴-金-朴 커넥션' 이다.

그러나 검찰 수사가 이미 언론보도 등을 통해 거의 밝혀진 문건 유출 경위만을 재확인하는 선에 그쳐선 안된다는 게 법조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국민은 최순영(崔淳永)신동아그룹 회장 외화 밀반출 사건을 둘러싼 로비의 실체를 캐 각종 의혹을 해소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또 검찰이 단순히 보고서 유출 경위를 밝히는 데 그치지 말고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언급한 대로 과연 '실패한 로비' 였는지, 청와대 안팎까지 접근할 수 있을 만큼 신동아그룹의 로비력이 엄청났는지를 파헤쳐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청와대 핵심을 로비 대상으로 삼을 만큼 통치체제가 허술했는지도 점검해 봐야 한다는 여론도 높다.

◇ 로비 의혹〓김대중 대통령은 "옷 로비 사건의 본질은 신동아그룹측이 거대한 재력과 인맥을 동원해 로비를 펼치려다 실패한 사건" 이라고 규정했다. 따라서 검찰은 신동아그룹측의 ▶로비 주체▶로비 대상▶로비 내용을 밝힐 필요가 있다.

통상적으로 로비에는 금품.향응 등 경제적 이득이 개입될 가능성이 크고 금품이 개입된 공직자 대상 로비란 곧바로 뇌물수수 혐의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또 제3자가 금품을 매개로 로비에 개입한 경우에는 변호사법 위반 혐의도 적용될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최종보고서 유출을 둘러싸고 금품이 오갔다면 이 역시 수사 대상이 된다.

그러나 금품을 주고받은 사람들간 이해관계가 엇갈리지 않는 이상 당사자들이 입을 다물 게 분명하고 당시 권력 핵심부가 로비 대상이었을 것이란 점에서 실체 규명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를 어느 정도 규명해내느냐는 검찰의 수사 의지와 직결돼 있다.

◇ 문건 유출〓朴전비서관은 "대통령에게 보고한 기밀문서를 유출한 책임을 통감한다" 고 말했다. 형법상 공무상비밀누설죄(제127조)는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 을 누설한 경우에 적용된다.

이때 비밀의 범위는 ▶보통 사람에게 알려지지 않은 비밀성을 갖추고 있거나▶정부나 국민의 이익 또는 행정목적 달성을 위해 비밀로 보호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 등 객관적 상황을 종합해 판단된다.

정황상 최종보고서는 공무원이나 공무원이었던 사람의 직무상 비밀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 이 경우 金전총장과 朴전비서관에게는 공무상비밀누설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혐의가 인정되면 관련자들은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년 이상의 자격정지에 처해진다. 또 '사직동팀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최초보고서' 의 실재 및 유출 여부도 수사 대상이다.

◇ 수사 개입〓최초.최종보고서의 내용 차이에 비춰 사직동팀 조사과정에 누군가가 개입, 사안을 축소.왜곡했는지 여부도 검찰이 밝혀내야 할 대목이다. 공직자가 사건 축소나 왜곡을 도모했다면 곧바로 직권남용이나 직무유기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특히 특검팀의 수사 내역과 사직동팀.검찰 수사가 현격한 차이를 드러낼 경우 상부에서 수사진에 수사 축소 등을 지시했는지 여부도 밝혀져야 한다.

권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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