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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최고 증권투자가 워런 버핏-美컨설팅社 설문 1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버핏을 빼놓고선 20세기 증권사(史)를 논할 수 없다."

미국 투자회사 버크셔 헤더웨이사의 워런 버핏(68)회장이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미 컨설팅업체 카슨그룹이 최근 3백여 투자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버핏이 지난 1백년의 위대한 투자가 10명 중 1위를 차지한 것이다.

그동안 '증권계의 살아 있는 전설' 로 불리던 그가 또 꼬리표를 추가한 셈이다.

버핏이 외형상 이룬 업적은 실로 대단하다. 10대 초반에 1백달러로 주식투자를 시작한 버핏의 총재산은 현재 3백60억달러(약 41조8천억원).

올해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부호순위 2위로 마이크로 소프트사의 빌 게이츠를 뒤쫓고 있다.

최근 미 포천지와의 인터뷰에서 버핏은 "요즘 주식투자가들은 어리석을 정도로 너무 높은 기대를 하고 있다" 며 주가 열풍을 경고했다.

최근의 주식시장 열기는 투자가들이 경쟁력 있는 기업을 찾아내려는 진지한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

버핏의 투자방식은 화려한 성과에 비하면 의외로 단순하다. 그는 해당기업의 사업내용과 장기전망을 분석한 뒤 내재가치를 계산하는 데 주력한다.

이와 함께 현재의 주가가 내재가치보다 작을 경우 과감히 투자한다. 투자행태도 아주 특이해 그는 현재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코카콜라.월트디즈니. 질레트.워싱턴 포스트 등 6개 기업에 전체 주식투자분의 85% 정도를 집중시키고 있다.

버핏은 "사람들은 마시지 않을 수 없고, 수염을 깎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신문은 필수품" 이라고 투자한 이유를 밝힌다.

그는 죽을 때까지 워싱턴포스트.ABC방송.코카콜라 등을 놓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주식의 장기보유를 원칙으로 삼다 보니 매일의 주가등락에 쉽게 실망하지도 않고 기뻐하지도 않는다.

특히 버핏이 지난 70년대초 경쟁업체 펩시의 도전에 위축돼 주가하락으로 고생하던 코카콜라사의 주식을 매입했던 것도 당장의 이득보다 코카콜라의 해외사업 능력과 경영진의 솔직함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당시 7%의 지분매입에 투자됐던 10억달러는 3년만에 38억달러로 가치가 상승, 대성공을 거뒀다.

지난 65년 이래 버핏의 연평균 투자수익률은 24.7%며 지난해엔 48.3%까지 올라갔을 만큼 그 상승세는 전혀 꺾일 기미가 아니다.

헤지펀드의 대가 조지 소로스가 변칙적인 투자가라면 버핏은 정석형 투자가인 셈이다.

그는 "투자가에게는 향후 5~10년 뒤에 돈을 집어 넣은 회사가 어떻게 달라질지를 판단하는 통찰력이 중요하다" 고 강조한다.

미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태어난 버핏은 주식투자에 대한 명성 때문에 '오마하의 예언자' 로 불린다.

버핏은 지난 10월 네브래스카 고교생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부자가 되고 싶거든 이자율이 18~20%인 신용카드 사용을 줄이라" 고 충고하기도 했다.

본인도 손수 운전을 하고 직접 소득세 신고를 할 정도로 검소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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