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형비행기 전동기서 전기고문기술 착안" -이근안씨 공판서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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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고문 경관 이근안'(李根安.61)'씨가 갖고 있던 '자신만의' 전기고문 기술은 모형 비행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우연찮게 배운 것으로 밝혀졌다.

李피고인은 25일 열린 고문사건 첫 공판에서 백오현 '(白五鉉.49)'공소유지 담당 변호사가 전기고문 기술을 익힌 경위와 고문 방법에 대해 묻자 이같이 말했다.

李피고인은 "경기도경 대공분실장으로 부임한 85년 6월 중순 직원들과 함께 AN2 모형비행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소형 전동기를 구입했는데 전선을 부착하니 짜릿짜릿한 전류가 흘러나오는 것을 경험했다" 고 진술했다.

그는 "이 전류가 사람의 생명까지 해치지는 않지만 화들짝 놀라게 할 것으로 판단, 전동기를 (전기고문에) 사용하게 됐다" 고 털어놨다.

전기고문 방법에 대해서는 "전동기에 붙어 있는 전선을 사람 발가락에 한줄씩 묶고 (전동기의) 회전축을 돌리면 전기가 통했다" 며 "전선을 사람 몸에 붙였지 쇠막대기를 사용하지는 않았다" 고 주장했다.

李피고인은 또 "85년 9월 5일부터 13일까지 당시 김근태(현 국회의원)씨 수사팀장을 맡고 있던 박처원 전 치안감의 지시를 받고 치안본부로 차출된 뒤 네차례에 걸쳐 金씨를 조사했다" 고 말했다.

그는 "이때 (모형비행기 전동기에서 착안한 고문 기술로) 김근태씨를 전기고문했으며 전기고문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고 말했다.

李피고인은 이어 "당시 시험 결과 크게 위험하지는 않고 (피의자들을) 혼내주기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사용했지만 이같은 잘못된 수사관행을 근절하기 위해 이번에 자수했다" 고 주장했다.

성남〓정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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