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교원정년 또 흔드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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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65세에서 62세로 단축된 교사 정년을 다시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며칠 전 한국교총 신임회장으로 선출된 김학준(金學俊)총장이 "정부와 국회를 가리지 않고 압박을 가해 정년 환원 노력을 기울이겠다" 고 하자, 자민련은 기다리기라도 한듯 어제 교육정책 긴급회의를 열어 교원정년을 63세로 늘리기로 하고 단축의 주역이었던 이해찬(李海瓚)전 교육부장관의 정치적 사과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많은 희생도 치렀고 교단분열 현상도 초래했지만 정년단축의 시대적 요청은 당위성을 띤 것이었다. 이런 우여곡절을 겪고 발효된 지 몇달도 되지 않아 다시 원상회복론이 나온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다.

그것도 표를 의식한 정치적 계산이 깔린 목소리라는 점에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교원권익단체인 교총의 입장은 차치하더라도 정년단축 결정과정에 참여했던 공동정부의 한 축이 이같은 주장을 들고 나온 것은 더욱 납득하기 어렵다.

정년환원 주장이 제기된 데는 최근 교육현장의 황폐화 현상과 명예퇴직자 급증 등 교원들의 사기저하가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정년제도의 변화에다 여러 소문과 추측에 교원연금의 장래에 대한 불안이 가중되면서 빚어진 일시적 진통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이같은 진통이 교육계만의 일이 아니다. 사회 전반의 구조조정으로 직장을 잃고 가정이 파괴되는 아픔을 겪었던 사람들은 사회 각계에 수없이 많다. 교원 정년단축도 교육개혁의 큰 틀 위에서 교육의 질을 높이자는 취지로 발안되고 추진된 것이다.

일시적 고통은 감수할 수밖에 없다. 진통이 있다면 그것을 극복하는 노력을 기울여야지 과거로 되돌아가자는 발상은 시대착오적이다.

새 제도의 성패는 교육현장과 교육주체에게 그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가로 판단해야지 일시적 혼선이나 불안을 자극하는 쪽으로 몰아가서는 안된다.

물론 정년단축에 따른 여파는 교육현장에 심각하게 퍼져 있다. 그렇다면 대안모색을 보다 철저히, 신속히 해야 한다.

교원수급의 원활화와 우수교원 확보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등 교사의 질적 개선과 복지향상을 위한 노력을 다방면으로 모색해야 한다.

정년축소에 따른 교단공백이 있다면 그것을 메울 작업을 꾸준히 추진하고 현장의 다른 파생문제들도 파악해 보완하려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 왜 정년을 단축했는지 기본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자민련은 지난해 논의 때도 당론을 63세로 정했다. 그러나 합의 개정 3개월도 안돼 재론하는 것은 다가올 총선에서 교원들의 표를 잡으려는 얕은 속셈으로 비춰질 수 있다.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교육문제의 정치화다. 교육을 교육적 차원에서 접근하지 않고 정치적 목적이나 바람몰이로 이용하려는 데 우리 교육의 잘못이 있다. 시계를 되돌려놓기는 쉽다.

그러나 새 시대의 새로운 교육을 위해서 간신히 시작한 개혁을 공염불로 만들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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