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두발 관련사업 호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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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정상인의 머리털 숫자는 대략 10만개다. 이중 85~90%는 성장기에 있고, 나머지는 발모기'(發毛期)' 또는 쇠퇴기에 있다.

나이가 들면 머리 숱이 적어지는 이유는 혈액순환이 나빠져 머리털의 생장주기가 짧아지기 때문이다. 매일 40~80개 머리카락이 빠지면 정상, 1백개 이상이면 대머리가 될 위험이 있다.

지금까지 신원이 확인된 최고(最古)의 대머리는 기원전 12세기 고대 이집트 파라오였던 메르넵타다. 영국 왕립의사회 연구팀은 메르넵타의 미라를 부검(剖檢)해 그가 대머리였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당시도 대머리는 자랑스럽기보다 감춰야 할 대상이었다. 오늘날 대머리를 감추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인 가발이 그때도 존재했던 것이다. 17세기 프랑스에선 가발제조업자들이 길드를 조직하기도 했다.

대머리의 원인에 대해선 여러 설(說)이 전해진다. 그 자신 대머리였던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와 아리스토텔레스는 정력을 과도하게 소모한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머리 속에 든 정력을 지나치게 사용하면 불모(不毛)가 된다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설명했다. 영국인들도 머리를 많이 쓰면 대머리가 된다고 생각했는데, 엘리자베스 1세가 여자인데도 대머리였던 것은 국가경영에 지나치게 몰두한 때문이라는 것이다.

의학적으로 대머리가 되는 원인은 유전적 요인, 호르몬 작용, 스트레스 등이다.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유전적 요인이다. 아버지가 대머리인 사람의 80%가 대머리가 된다.

호르몬 작용은 머리 이외의 털은 잘 자라도록 자극하지만 머리털 성장은 억제하는 남성호르몬 안드로겐의 수용체가 많거나 지나치게 활성화돼 있음으로써 생긴다.

특히 스트레스 요인은 정신적 압박에 의한 것으로 최근 들어 급증하는 추세다. 대머리를 '치료하는 발모제론 바르는 약인 미녹시딜과 먹는 약인 피나스테라이드가 있으며, 이밖에 머리털에 영양을 공급하는 각종 육모제(育毛劑)가 있다.

그러나 이런 약들은 머리털의 현재 상태를 유지하는 데는 효과가 있겠지만 머리털이 나게 하는 데는 별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의학계의 정설이다.

가장 빠른 방법은 자신의 머리털을 이식하는 방법이지만 비용이 비싼 것이 단점이다. 얼마전 영국에선 다른 사람의 두피(頭皮)세포를 이식해 머리털이 자라게 하는 실험에 성공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발모제.머리털 이식수술.헤어 케어.가발 등 두발 관련사업이 호황을 맞고 있다. 발모제 시장규모만도 현재 2천억원에 이르고, 조만간 4천억~5천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사람들이 외모에 이만큼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을 보면 IMF 경제위기도 고비는 일단 넘겼다고 봐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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