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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서민가계 조사하고 깜짝 놀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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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소득격차가 심화되고 이혼, 자녀 방임, 가출 등의 가정해체 현상이 늘고 있다는 정부의 자체 진단이 나왔다. 특히 지난해 이혼건수는 1993년보다 세배가량으로 급증한 16만7000건이며, 정부가 표본으로 조사한 부산시의 경우 시설보호 아동수만 올 5월 현재 2550명에 이른다.

이 같은 사실은 국무총리 국무조정실이 교육부.복지부 등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조사해 열린우리당과의 당정회의에 보고한 자료에서 1일 밝혀졌다. 이 보고서에는 서민 가계 위축 및 위기 가정 증가 실태가 구체적 숫자로 제시돼 있다.

열린우리당과 정부가 최근 소득세를 낮추고, 재정지출을 확대하며, 국민연금 체납처분 조치를 최소화하는 등의 서민지원 대책을 잇따라 내놓는 것도 이 조사결과가 배경이 된 것이라고 당 관계자는 전했다. 이 관계자는 "민생 관련 지표가 이렇게 나빠진 데 대해 당정이 모두 깜짝 놀랐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서민생활의 어려움과 사회적 영향'이란 항목에서 "서민생활과 밀접한 숙박음식점업, 교육 서비스업, 오락문화 서비스업이 크게 부진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상위 계층과 최하위 소득층 간의 소득격차가 증가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1997년 상위층 20%의 평균소득이 하위층 20% 평균소득의 4.81배(소득 5분위 배율)였으나, 올 1분기엔 5.70배로 높아졌다.

이런 소득격차의 확대에 따라 ▶올 5월까지 저소득층 밀집지역 고교 및 실업계 고교 등의 수업료 미납률이 상승(서울 공립고의 수업료 미납률 14.4%)했고 ▶42개 학원을 표본 조사한 결과 수강생이 보습학원은 25.4%, 미술학원은 15.6%, 음악학원은 15.9%가량 전년보다 줄었으며 ▶에버랜드.롯데월드.서울랜드 입장객이 감소(지난해 5월까지 774만여명에서 올 같은 기간 725만여명)하는 등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적시했다.

보고서는'서민.저소득층의 생활변화'란 항목에선 "서민들의 경기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지고, 생필품을 중심으로 하는 생활물가지수 상승폭이 크다"고 지적했다. 소비 위축의 원인 중 하나인 신용불량자 문제도 "증가폭은 줄어드나 문제해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고 전망했다.

특히 보고서는 "가계수지 악화 등으로 단전단수가구, 국민연금 미납자와 건강보험료 체납 가구수가 증가하는 등 최소생활 영위가 곤란한 가구가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렇게 상황이 악화됨에 따라 보고서는 "가족해체 및 위기가정이 증가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보고서는"시군구별로 SOS 상담소(234개소) 등을 통해 위기가정에 대한 구호 체계를 구축하고, 정부도 매칭펀드(자구노력에 상응하는 예산지원 연계방식) 등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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