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괴한, 러 학교서 250명 인질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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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 러시아 남부 북오세티야의 학교에서 발생한 인질극 현장에서 한 어린이가 테러 진압요원의 손에 이끌려 황급히 학교를 빠져나오고 있다.[베슬란 AP= 연합]

러시아 연방 남부의 자치공화국인 북(北)오세티야에서 1일 무장 괴한 30여명이 한 학교를 점거, 250여명을 인질로 붙잡고 군인.경찰과 대치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괴한들은 신분을 밝히지 않았지만 러시아 당국은 러시아 연방으로부터 완전 독립을 요구하면서 최근 각종 테러 사건을 일으키고 있는 체첸 반군의 소행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체첸 반군 측은 이를 부인했다.

이타르-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무장 괴한 30여명이 이날 오전 10시쯤 북오세티야의 베슬란시에서 개교식을 하던 초.중.고 통합학교인' 1번 학교'에 총을 쏘면서 난입했다. 이타르- 타스 통신은 이 과정에서 총격전이 벌어져 8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검은 복면에 자살용 폭탄.중화기로 무장한 괴한들은 학생.교사.학부모 등을 학교 체육관으로 몰아넣고 건물 안에 폭발물을 설치했다. 처음에는 400명 이상이 인질로 붙잡혔으나 학생 50여명이 도망치고 일부 학생들은 풀려나 250여명이 억류돼 있다.

괴한들은 인질 석방 조건으로 ▶러시아 연방군의 조속한 체첸 철수 ▶지난 6월 인근 잉구슈 자치공화국을 공격했다가 체포된 체첸 반군 20여명의 석방 등을 요구했다. 괴한들은 러시아 측이 보낸 협상단을 거부하고, 북오세티야 공화국 대통령 등 세명만을 협상 파트너로 요구하고 있다.

휴양지에서 모스크바로 긴급히 귀국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긴급 안보회의를 열고 라슈드 누르갈리예프 내무장관과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연방보안국(FSB) 국장을 파견했다.

모스크바=유철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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