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절차 잘 모르면 인터넷 따라하세요"-구미 청년유림회 전통예절 홈페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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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제사는 고인이 돌아가신 날 오전 1시쯤 모두가 잠든 조용한 시간에 지냈었다. 그러나 요즘은 시간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돌아가신 전날 해가 진 뒤 어두워지면 지낸다…' .'기제(忌祭)는 주자가례에 따라 4대조까지 지냈으나 요즘에는 가정의례준칙에 따라 2대조까지만 지낸다…' .

경북 구미청년유림회 (회장 李先東.45)가 최근 개설한 전통 예절 인터넷 홈페이지 (http://www.youlim.org)에 실린 내용이다.

전통을 중시하는 유림(儒林)이 홈페이지를 만든 것이 우선 이색적이다. 이 홈페이지는 '원래 상(喪)은 죽었다는 말이나 사(死)라 쓰지 않고 상이라고 쓰는 것은 효자의 마음에 차마 사라고 쓸 수 없었기 때문' 이라며 까다로운 전통예절 뒤에 숨은 뜻도 소개하고 있다.

전통예절과 생활예절편으로 나뉘어 있으며, 전통예절은 전통적인 혼례.상례.제례와 함께 현대식 예법을 네티즌들에게 자세하게 알려주고 있다. 생활예절에는 평소 지켜야 할 기본 덕목, 가족관계의 예절, 사회와 국가에 대한 예절 등이 수록돼 있다.

갑작스레 경조사를 맞은 네티즌을 위해서는 E메일 상담도 해준다. 결혼을 앞둔 대구의 裵모씨는 최근 예단에 관해 물어왔다. '예단비는 남자와 여자쪽 중 누가 먼저 보내야 하느냐?' 는 질문에 유림회는 '예단비란 전통혼례에선 찾아볼 수 없는 일' 이라며 '의례적 예물이라면 서로 합의해 하면 된다' 고 답했다.

국내 유림으론 처음으로 전통예절 홈페이지를 인터넷에 올린 李회장은 "부모나 학교가 문상예절 하나 속시원히 가르쳐 주지 않는 게 현실" 이라며 "전통을 가까이 할 기회가 적은 사이버세대들에게 우리 전통을 정확히 알려주고 싶었다" 고 개설 이유를 밝혔다.

구미청년유림회는 E메일로 어려운 질문이 들어오면 향교로 가 유림들과 토론을 거친 뒤 답장을 보낼 계획이다.

92년 창립된 구미청년유림회는 성년의 날이면 전통관례식을 여는 등 미풍양속을 되살리는 활동들을 펴왔다.

구미〓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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