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개편에 담긴뜻] 동교동계 전면 포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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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신임 청와대 한광옥(韓光玉)비서실장과 남궁진(南宮鎭)정무수석은 동교동계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측근 출신으로 구성된 동교동계의 전면 포진을 두고 '독식한다' 는 볼멘소리가 국민회의 일각에서 나온다.

두사람 개인으로 볼 때도 어려운 선택이다. 지난 3월 서울 구로을 보선에서 피곤한 싸움 끝에 금배지를 단 韓실장이나, 의욕적인 지역구(광명갑)관리를 해왔던 南宮수석은 내년 총선 출마를 포기하는 아픔을 겪었다.

그럼에도 24일 金대통령은 이같은 인선을 확정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어려운 정국상황을 돌파하고, 집권 후반기를 대비한 장기적 권력운영 구상에 따른 고심에 찬 카드" 라고 설명했다.

金대통령은 언론문건사태의 장기화, 옷로비 파문에 따른 정국혼선을 수습하기 위해 청와대를 국정의 중심축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金대통령은 자신의 의중을 적기(適期)에 국정에 반영하고, 당(국민회의)쪽에 전달, 조율하기 위해선 동교동계 출신들을 쓸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그런 측면에서 韓실장이나 南宮수석 모두 金대통령을 오랫동안 보좌한 경력이 있다. 여기에는 金대통령이 정국전반을 직접 챙기려는 친정(親政)체제 구축의 의지가 깔린 것으로 여권에서는 파악하고 있다.

동교동계에 대한 金대통령의 그같은 믿음은 여권 권력구도의 재조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미 국민회의에서는 동교동계 출신인 한화갑(韓和甲)사무총장이 정국전반을 조정하고 있고, 정균환(鄭均桓)총재특보단장은 신당의 창구 역할을 맡고 있다.

따라서 청와대와 국민회의를 연결하는 '한광옥-한화갑' 의 2H라인이 자민련과의 협조문제, 대야관계 등 정국관리 조정.협조의 핵심축으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선과정에서 일정한 역할을 했던 동교동계 맏형격인 권노갑(權魯甲)고문과, 김옥두(金玉斗)총재비서실장의 활동공간도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韓실장과 南宮수석의 청와대 전출은 또다른 의미로 국민회의 의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들의 총선출마 포기가 신당창당 과정에서 국민회의 공천 물갈이의 선례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국민회의 고위 당직자는 "金대통령이 당과 청와대의 수뇌부를 이동.재배치한 배경에는 총선을 비롯, 집권 후반기의 국정운영 구상이 담겨 있다" 고 설명했다.

국민회의 출신들을 청와대로 빼는 대신 김중권(金重權)전 비서실장과 김정길(金正吉)전 정무수석을 신당의 간판으로 내세울 계획도 그 구상에 포함돼 있다.

그는 "金대통령은 이를 통해 권력내부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장악력을 높일 생각을 갖고 있다" 고 분석했다.

이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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