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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에너지 개발 '세계는 전쟁…한국은 30년 허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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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제주도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 입구에는 높이 30m에 날개 길이 12m의 거대한 독일제 풍력 발전기가 있다. 1992년 5억원을 들여 한국관광공사가 설치했으나 5년 전 베어링이 고장나 멈춰 서 있다. 이를 고치려 해도 독일에서 기술진을 불러와야 하는 등 수리비용만 8000여만원에 달해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착공하려던 부산시 기장군 고리원자력 발전소 옆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두 기(基)를 비롯한 네 기의 터에는 여전히 잡초만 무성하다. 원전 건설에 대한 정부 승인이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덴마크 코펜하겐 공항 인근 해상의 '미델그룬덴 오프쇼어 윈드 팜'. 한 대로 700가구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풍력발전기 20대가 장관을 이루고 있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의 '탈(脫) 석유'를 위한 대체에너지 개발이 지지부진하다.

70년대 1차 오일 쇼크 이후 선진국들은 풍력.태양력.원자력 등 대체에너지 개발.보급에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여왔다. 하지만 우리는 지난 30여년을 흘려보내 국제 유가가 배럴당 50달러에 육박하는 고유가 시대가 됐는데도, 발등의 불을 끌 대체에너지가 없어 발만 구르는 상황이다.

프랑스와 스웨덴.일본은 부존 에너지 빈국(貧國)이라는 점에선 한국과 비슷하다. 그러나 석유 파동 이후 이들은 대체에너지 개발에 적극 나서 현재 프랑스는 50%, 스웨덴 62%, 일본은 20%로 에너지 자립도를 끌어올렸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에너지 자립도가 현재 원자력.수력 등을 포함해 18% 선에 머물고 있다.

원자력을 제외하면 풍력.태양광.수력 등 대체에너지가 국가 전체 에너지에서 담당하는 비율이 2.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중 최하위권인 25위다.

전문가들은 수차례의 석유 파동을 겪을 때마다 '대체에너지 개발을 해야 한다'며 부산을 떨다가 유가가 떨어지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시들해진 탓이 크다고 지적한다.

아주대 최기련(에너지 경제학) 교수는 "대체에너지 개발을 통해 에너지 자립도를 획기적으로 높이지 않으면 과다한 에너지 비용으로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는 고사하고 후진국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 바로잡습니다

9월 2일자 1면 '대체에너지 개발, 세계는 전쟁'기사의 사진설명 가운데 '코펜하겐(네덜란드)'은 '코펜하겐(덴마크)'의 오기이기에 바로잡습니다. 지적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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